서울 강남 뉴힐탑호텔과 호텔 내 유명 클럽 ‘옥타곤’을 둘러싸고 형제간 상속 분쟁이 벌어져 주목을 끌고 있다. 공증인법상 증인결격자가 공증유언에 참여했어도 유언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 최초의 판결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작년 말 호텔 소유주인 A씨의 차남이 장남을 상대로 제기한 유언 무효 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리고 1, 2심에 이어 장남의 손을 들어줬다. 심리조차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언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뉴힐탑호텔과 클럽 옥타곤 등을 소유한 A씨는 2010년 8월에 사망했다. 사망하기 약 1년 전 공증유언장을 작성했다.

호텔 등 A씨의 재산을 모두 장남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의 배우자, 차남과 삼남은 유언이 무효이므로 정당한 상속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인도하라는 소송을 장남을 상대로 제기했다.

차남 등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증유언에 참여할 수 없는 증인결격자가 참여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공증인이 유언을 작성할 때 A씨의 의사가 아니라 장남의 의사에 따라 작성됐다는 것이다.

공증유언이 적법하게 성립되기 위해선 증인 두 명이 필요하다. 이때 증인은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는데 차남 등은 “증인으로 참여한 아버지 회사 소속 직원 둘의 증인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었는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증인으로 허락한 것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차남 등을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공증인법에 따르면 공증유언을 부탁한 자의 피고용인은 증인으로 참여할 수 없다”며 “그런데 이 사건 공증유언에는 A씨가 대표로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직원 두 명이 증인으로 참여했음에도 법원은 유언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언공증 당시 A씨가 증인결격자의 참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결격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증유언을 하려면 유언자가 스스로 유언 내용을 말로 구술해야 한다. 유언자의 의사가 전달된 초안으로 유언장을 작성한 경우에는 본인 입으로 유언 내용을 말하지 않아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차남 등은 “아버지의 의사가 아닌 순전히 형의 의사에 따라 작성된 초안을 가지고 공증인이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 공증유언

유언자가 증인 두 명이 참여한 상태에서 변호사 등 공증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이를 공정증서 형태로 작성하는 방식의 유언이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