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윌 직원들이 영등포 광야교회의 홈리스센터에서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에듀윌 제공
에듀윌 직원들이 영등포 광야교회의 홈리스센터에서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에듀윌 제공
경기도 광주시 소재 중소기업 현대하이텍(사장 오정기)에서 일하는 김철수씨(가명·18세)는 이번 설날 작은 선물을 사들고 고향집을 찾을 예정이다. 그의 고향집은 경기도 소재 모보육원이다. 이곳에는 형제자매 18명이 생활하고 있다. 가정형편 때문에 이곳에서 10여년간 자란 김씨는 올 2월 종합정보고 졸업 예정이었는데 1월 3일자로 현대하이텍에 채용돼 일을 시작했다.

틈나는대로 이 보육원에서 봉사를 하던 현대하이텍 전병래 전무가 이 곳에서 생활하는 학생 1명을 채용키로 약속한뒤 이를 실천한데 따른 것이다. 오정기 사장도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현대하이텍은 자동차용 안테나 부품만드는 업체로 약 20년의 역사를 지닌 중소기업이다. 김철수 씨는 “자동차 분야에서 장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보육원생들의 가장 큰 꿈은 자립이다. 대개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야 한다. 이때부터 더 막막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자립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취업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전 전무는 “채용은 결국 기업의 몫”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육원생을 뽑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처럼 소리소문없이 사회에 따스한 기온을 불러넣어주는 중소기업들이 곳곳에 있다. 공무원· 자격증 시험 전문 기업 에듀윌은 서울 영등포의 한 노숙자 쉼터에 희망을 전했다. 지난해 에듀윌이 영등포 광야교회의 홈리스센터에 지원한 검정고시 강의와 교재를 통해 노숙자중 4명의 합격자가 나온 것이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도전해 높은 점수로 검정고시에 합격한 강수환 씨(가명)는 30대 때 사업을 벌여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의 성공에 자만해서인지 사업은 실패를 맞았고 인생의 큰 고비를 겪게 된다. “몇 년을 깊은 절망에 빠져 ‘패배자’의 마음으로 살았다”는 그는 어느 순간 노숙자가 돼 있었다. 강 씨는 광야교회 홈리스센터로 들어오게 됐다. 이 센터의 최은화 사무국장은 그에게 검정고시를 권유했다.

강 씨가 센터 내 묵은 책들을 뒤적이고 야학에도 참여하는 등 공부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막상 엄두를 내지 못했다. 최 사무국장은 강 씨를 끈질기게 설득하면서, 이들을 도울 교육기관을 찾기 시작했다. 센터 내에 강 씨 말고도 검정고시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최 사무국장은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도움을 받기 위해 교육기관에 보낸 많은 메일들 중 유일한 답장이었다. 메일 발신인은 당시 에듀윌 대표를 맡고 있던 양형남 전 대표. 그의 메일에는 ‘광야교회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분들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에듀윌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배식 등 봉사활동도 벌였다. 최 씨는 지체없이 이를 강 씨에게 전했고 강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그는 함께 공부한 3명의 센터식구들과 함께 지난해 검정고시 합격 소식을 들었다. 최은화 사무국장은 “강 씨의 합격 소식을 듣고 제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말했다. 강씨 어머니 역시 눈물을 흘렸다. 강씨처럼 검정고시에 도전하겠다는 또다른 센터 내식구들에게 에듀윌은 2017년에도 온라인 강의와 교재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