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23일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 등 초선의원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23일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 등 초선의원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주요 정치인들과 대화하며 정치 지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정계 개편을 염두에 둔 ‘제3지대’ 세력화 행보를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존 정당에 입당하기보다는 제3지대에서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독자 세력을 형성한 뒤 새누리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과 통합 또는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이날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방송토론에 출연해 “나와 생각을 같이한다면 어떤 정당·사람이든 함께 일할 용의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대선을 치를) 돈이 없어서 정당에 들어가겠다는 말은 발언 취지가 왜곡된 것”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기성 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24일 열리는 바른정당 창당대회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제3지대론은 이념에 빠진 양극단 세력을 제외한 분들이 힘을 합치자는 주장”이라며 “내 생각이나 정치적 비전, 앞으로 있을 정강·정책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가리지 않고 함께 일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 사무실 근처 호텔에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9명과 면담한 자리에서도 제3지대론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의원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 행보로 가야지 선별적으로 어느 정당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정치세력과 연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탈당하라고 요구하며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며 “당을 운용하는 방식 때문에 내가 지향하는 바가 실현 불가능해지면 판단하겠다. 정치권 빅뱅이 일어날지 기대해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귀국 인사차 통화를 나눴고 21일엔 바른정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캠프에 합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 전 총장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2차 탈당’이 가시화하고 있다. 박순자 의원은 23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같은 당 홍철호 의원도 “유승민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다”며 “26일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