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부터 방영하는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주인공 서지윤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애.
오는 26일부터 방영하는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주인공 서지윤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애.
한류스타 이영애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오는 26일부터 방영됨에 따라 책, 웹소설,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율곡 선생의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1504~1551)는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우암 송시열 등 조선 중후기 성리학자에 의해 굳어진 이미지다. 사임당은 시대적 제약 속에서도 자기계발에 매진해 천재화가로 칭송받으며 수많은 작품을 남긴 예술가였다. 드라마와 책, 웹소설 등은 이런 사임당의 실제 삶에 접근하며 ‘사임당 다시 보기’를 시도한다.

◆사임당은 예술가이자 ‘워킹맘’

‘사임당, 빛의 일기’는 총 제작비 약 220억원을 들여 사전 제작한 30부작 퓨전 사극이다. 알려진 사임당의 삶에 상상을 더해 ‘워킹맘’으로서의 사임당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국 미술사를 가르치는 시간강사 서지윤이 우연히 사임당의 일기를 발견하면서 과거와 현재 이야기가 교차된다. 13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영애가 서지윤과 사임당의 1인 2역을 맡았다.

연출을 맡은 윤상호 PD는 “사임당은 요조숙녀가 아니라 불타는 예술혼을 지닌 예술가였다”며 “잔 다르크처럼 역동적인 그의 모습을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임당이 재산 관리를 하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박은령 작가는 “사임당은 54세까지 과거시험 공부를 한 남편과 일곱 명의 자식이 있는 가정을 이끌었다”며 “그 와중에 자기 예술에도 힘쓴 그는 조용하기만 한 요조숙녀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임당의 ‘조강지처’ 이미지에도 변화를 모색한다. 극 중 사임당에겐 잊지 못한 첫사랑이 따로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이야기를 함께 나눈 가상의 인물 이겸(송승헌 분)이다. 작가팀이 드라마 홍보를 위해 쓴 웹소설 ‘사임당, 더 허스토리(the Herstory)’는 열두 살 사임당이 금강산에서 그림을 연습해 조선 최고의 화가가 되겠다며 집을 나가고, 그 과정에서 이겸과 만나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줄잇는 ‘사임당 다시 보기’ 책들

드라마·책·전시까지…'워킹맘' 신사임당 열풍
출판계에서는 평전과 학술서부터 소설, 어린이용 위인전까지 사임당을 다룬 책이 다양하게 나왔다. 최근 두 달 새 나왔거나 곧 출간될 책이 20여종에 이른다.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사임당전》(민음사)은 사임당의 삶과 예술을 100여점의 작품과 함께 면밀하게 들여다본 평전이다. 정 교수는 “사임당은 친정의 경제력에 기대 취미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단순히 자식 덕을 본 어머니도 아니었다”며 “경제력이 없는 남편 대신 자수로 생활비를 홀로 감당하면서도 높은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고연희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 등이 쓴 《신사임당, 그녀를 위한 변명》(다산기획)은 16세기부터 지금까지 500년간 이어진 사임당 해석의 변천사를 추적한다.

사임당을 소재로 한 역사·장르 소설도 줄을 잇고 있다. 김학민의 《신사임당》(다온북스), 손승휘의 《소설 사임당》(책이있는마을), 신아연의 《사임당의 비밀편지》(책과나무), 주원규의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인문서원)에 이어 최근 강릉 출신의 소설가 이순원 씨가 《정본소설 사임당》을 펴냈다. 사임당의 행장(行狀)과 묘갈문(墓碣文)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작품을 쓴 이씨는 “사임당의 삶에 대해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말하는 책을 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를 위한 책도 올 들어 잇따라 나왔다. 《궁금해요, 신사임당》(풀빛)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빛 사임당》(사파리) 《어린이를 위한 신사임당 이야기》(채운어린이) 《조선에서 온 내 친구 사임당》(푸른날개) 등 연령대별로 다앙한 책이 출간됐다.

◆사임당의 미의식 보여주는 전시도

사임당 관련 전시회도 열린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은 사임당의 그림을 전시하는 개관 5주년 특별전 ‘사임당, 그녀의 화원’을 24일 개막한다. 주체적인 여성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사임당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한 전시다. 풀과 벌레를 그린 ‘초충도(草蟲圖)’ 14점, 난초를 그린 묵란도(墨蘭圖) 1점이 전시된다.

사임당의 ‘초충도’는 단순히 남녀 간 사랑을 기원하는 데서 벗어나 다산과 장수, 출세 등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어 당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전시되는 묵란도는 2005년 KBS 1TV에서 방영한 ‘TV쇼 진품명품’에 나와 화제가 된 작품이다. 서울미술관 관계자는 “사임당의 묵란도는 능숙한 기교와 더불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필선이 돋보인다”며 “화폭에 자연의 이치를 담으려 했던 사임당의 예술정신이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전시기간 오후 2시에 방문하면 무료로 작품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설 연휴에도 정상 개관한다.

선한결/송태형/양병훈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