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재 해제 1년, 8천만 시장 이란이 변하고 있다
대(對)이란 제재가 해제된 지 1년이 지났다. 막대한 원유, 가스를 갖춘 인구 8000만 시장이 열림에 따라 작년 초 국제 사회는 이란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란은 수익성 높은 시장이 되고 있는가.

핵 합의를 준수하려는 이란의 의지는 확실하다. 이란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유럽연합(EU)과의 합의에 따른 의무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수차례 확인했다. 국제무대에서의 이란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졌다. 지난 1년간 이란을 방문한 국가 정상은 20명이 넘는다. 외교 장관만 40명 넘게 이란을 방문했고 경제부처 장관과 사절단은 그 수를 헤아리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일상이 됐다. 이란 영해를 침범한 미국 함정을 15시간 만에 석방한 것이나 보잉사의 이란 판매를 허락한 것에서 보듯 미국과의 관계도 원만히 유지되고 있다.

경제는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만족할 만하다는 것이 이란 정부의 평가다.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6.6%(IMF), 올해는 4.5%(세계은행) 성장이 예상된다. 제재 기간 중 3% 미만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한 발전이다.

원유 생산은 제재 기간보다 배 이상 증가해 현재 하루 392만배럴을 생산 중이다.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하루 평균 257만배럴을 수출, 총 판매액은 290억달러가 넘는다. 작년 비석유분야 수출은 전년 대비 9% 이상 증가했고 인플레도 작년 11월 8.6%로 오랜만에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48억달러 규모의 가스전 개발 사업이 프랑스, 중국, 이란 컨소시엄에 낙찰된 것을 비롯 주요 사업의 해외 발주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정유산업에서 11억달러 규모의 6개 사업, 석유화학 분야에서 10억달러 규모의 8개 사업이 최종 협의 단계에 있다.

며칠 전에는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에어버스의 새 비행기가 도입됐다. 다만 이란의 금융산업이 낙후돼 있어 외환의 자유로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장애 요인이다.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작년 5월 대통령 방문 시 서명된 18개의 수주 관련 협의가 아직 성사되지 않아 이란 방문 성과가 부풀려진 것처럼 보도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이 다른 나라 기업에 발주된 것은 없으며 우리 해당 기업과의 협의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금융 분야의 문제로 인해 외국 기업도 겪고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우리 기업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약 7억달러 규모의 선박 10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고, 2조3000억원 규모의 정유공장 개선 사업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1월 중에는 우리나라 자동차가 이란에서 조립 생산될 예정이다. 작년 우리 기업 11개사가 새로 이란에 지사를 개설했다.

제재 해제 후 1년, 이란은 변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성공 사례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계속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급에 비춰 이란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핵 합의는 다자 협정이라 어느 한 국가가 손쉽게 파기할 수 없다. 이란의 앞날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우리 기업의 관심과 진출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김승호 < 주 이란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