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변호사의 바른 상속 재테크] (2) 유언에 관한 소송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유언에 관한 소송은 누가 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다20840 판결에 관한 해설>

1. 사실관계

망 A는 1997. 1. 16. 이천시 소재 임야 3,570㎡(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를 B에게 유증하는 한편 그 유언의 집행을 위하여 C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피고들 앞으로 아무런 원인 없이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그러자 망 A의 상속인들인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1심과 항소심에서는 원고들의 청구가 인용되었는데, 이 사건 소송이 상고심에 계속 중인 상태에서 원고들은 유언집행자인 C을 해임하였다.

2. 판결요지

[1] 유언집행자는 유증의 목적인 재산의 관리 기타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권리의무가 있으므로, 유증 목적물에 관하여 마쳐진, 유언의 집행에 방해가 되는 다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에 있어서는 유언집행자가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유언집행자는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속인과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사항에 관하여도 중립적 입장에서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유언집행자가 있는 경우 그의 유언집행에 필요한 한도에서 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권은 제한되며 그 제한 범위 내에서 상속인은 원고적격이 없다.

[2] 유언자가 유언집행자를 지정한 이상 그 유언집행자가 사망·결격 기타 사유로 자격을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은 유언집행자가 될 수는 없다.

[3] 유증 등을 위하여 유언집행자가 지정되어 있다가 그 유언집행자가 사망·결격 기타 사유로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상속인이 있더라도 유언집행자를 선임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유언집행자가 해임된 이후 법원에 의하여 새로운 유언집행자가 선임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언집행에 필요한 한도에서 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권은 여전히 제한되며 그 제한 범위 내에서 상속인의 원고적격 역시 인정될 수 없다.

3. 해설

가. 유언의 집행에 관한 소송에서 누가 당사자가 되는가?

소송에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당사자적격이라고 한다. 당사자적격을 권한의 면에서 파악하면 소송수행권이 된다. 일반적으로는 소송의 승패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 자가 정당한 당사자이다. 자신의 권리관계에 관한 소송에서는 그 권리관계의 주체인 자가 대표적인 이해관계인이므로 정당한 당사자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권리관계의 주체 이외의 제3자가 당사자적격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를 제3자 소송담당이라 한다. 제3자가 소송수행권을 갖는 경우이다. 민법은 “유언집행자는 유증의 목적인 재산의 관리 기타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행위를 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하여 유언집행자의 소송수행권을 인정하고 있다(제1101조). 그리고 이 사건의 대법원이 판시한 것처럼, 유언집행자가 있는 경우 그의 유언집행에 필요한 한도에서 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권은 제한되며 그 제한 범위 내에서 상속인은 원고적격이 없기 때문에 오직 유언집행자만이 당사자적격을 갖게 된다.

이 사건은 상속재산인 임야에 관하여 피고들 앞으로 아무런 원인 없이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따라서 유언을 집행하기 위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사건이다. 이 때 누가 원고가 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이 사건에서는 상속인들이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유언의 집행에 관하여는 유언집행자만이 당사자적격이 있으므로 상속인들이 아니라 유언집행자인 C가 원고가 되어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어야 했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당사자적격이 없는 자에 의해 제기되어 부적법하다.

나. 유언집행자가 해임된 경우에는 누가 당사자가 되는가?

유언집행자에는 지정유언집행자, 법정유언집행자, 선임유언집행자가 있다. 지정유언집행자는 유언자가 유언으로 지정한 자이다(제1093조). 지정유언집행자가 없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된다(제1095조). 이를 법정유언집행자라 한다. 유언집행자가 없거나 유언집행자가 사망이나 결격 등으로 인해 없게 된 때에는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유언집행자를 선임한다(제1096조). 이를 선임유언집행자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상속인들이 지정유언집행자를 해임한 경우에는 제1095조에 따라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되는지 아니면 제1096조에 따라 법원이 유언집행자를 선임하여야 하는지 문제된다. 민법 제1095조는 유언자가 유언집행자를 지정하지 않은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 유언자가 일단 유언집행자를 지정함으로써 지정유언집행자가 있는 경우에는 법정유언집행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게 된다. 즉 유언자가 유언집행자를 지정하였으나 그 지정유언집행자가 해임되어 없게 된 경우에는 ‘유언집행자가 기타 사유로 인하여 없게 된 때’에 해당하여 제1096조에 따라 법원이 유언집행자를 선임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역시 “상고심 계속 중에 유언집행자인 C가 해임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민법 제1095조에 의하여 유언집행자가 될 수는 없으며, 유언집행자가 해임된 이후 법원에 의하여 새로운 유언집행자가 선임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에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원고적격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결국 상속인들은 법원에 새로운 유언집행자의 선임을 청구하여 새로이 선임된 유언집행자로 하여금 이 사건 소를 제기하도록 해야 한다.

다. 유언의 집행이 완료된 경우에는 누가 당사자가 되는가?

만약 유언의 내용에 따라 유증의 목적물이 수증자에게 이전되어 유언의 집행이 완료된 상태에서 그 유증 목적물의 반환 내지는 유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누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할까? 예를 들어 유언에 따라 유증 목적물인 부동산의 소유권이 수증자에게 이전되었는데 상속인이 유언무효확인의 소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고자 할 때에는 등기명의자인 수증자를 상대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유언집행자를 상대로 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유언집행자가 유언에 관한 소송에서 배타적인 당사자적격을 보유하는 것은 임무가 종료되지 않아 유언집행자로서의 지위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유언집행자는 “유증의 목적인 재산의 관리 기타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행위를 할 권리의무를 가지는 자”이므로(민법 제1101조), 그 임무 범위는 어디까지나 유언집행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한정되고, 유언집행이 종료되면 그 임무가 종료되어 유언집행자로서의 지위가 소멸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민법은 유언집행자의 법적 지위를 상속인의 대리인으로 보면서, 유언집행자의 관리처분권 또는 상속인과의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위임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민법 제1103조, 제1103조 제2항). 일반적으로 유언집행자의 임무종료원인으로는 유언집행자의 사망, 결격사유의 발생, 사퇴, 해임과 더불어 유언집행의 종료가 당연한 사유로 설명되고 있고, 이는 유언집행자와 상속인의 관계에 위임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민법의 태도와도 부합한다. 유언집행에 관한 수임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유언집행자가 유언집행을 종료하게 되면 그 임무가 종료하여 수임인으로서의 지위도 당연히 소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위임의 법률관계에 비추어 타당하다. 유언집행이라는 임무가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나 유언집행자의 지위가 유지된다고 볼 수 없고, 유언집행이 종료한 이후 유증의 목적물에 관한 소송이 제기되었다고 하여 소멸한 유언집행자의 지위가 다시 부활한다고 볼 근거도 없다. 결국 유언집행이 종료한 이후 유언집행의 근거가 된 유언의 효력 여부를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유증 목적물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증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 옳다.

서울고등법원 2016. 9. 2. 선고 2015나2068735 판결 역시 이와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다.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언집행자의 권리의무의 범위는 유증의 목적인 재산의 관리 기타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행위에 한정되므로, 유언집행자는 유언집행을 완료함으로써 그 임무가 종료되고 유언집행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따라서 유언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는 유언집행자가 유증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상실하므로, 유증재산과 관련한 소송절차에서 당사자적격을 갖지 아니한다.”

[김상훈 변호사의 바른 상속 재테크] (2) 유언에 관한 소송은 누가 할 수 있을까?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