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간판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해 잇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나섰다. 애플 아이폰 조립업체로 널리 알려진 대만 폭스콘은 미국에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22일 대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회장은 이날 미국에 총 70억달러(약 8조2320억원) 이상을 투자해 3만~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궈 회장은 “아직 협상해야 할 세부 조건들이 남아 있지만 지난해 8월 인수합병(M&A)으로 한가족이 된 샤프와 함께 미국 투자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콘은 미 펜실베이니아에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다.

궈 회장은 “보호무역주의의 부상은 피할 수 없다”고 운을 뗀 뒤 “올해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지만 정치가 경제 발전의 근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간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이번 투자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궈 회장의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통상 부문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자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 장벽에 부딪힐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애플에 아시아를 떠나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을 것을 압박해왔다. 현재 애플은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생산하는 일부 컴퓨터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제품의 생산을 폭스콘과 같은 아시아의 아웃소싱 파트너 기업들에 맡기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된 압박에도 공장 이전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소프트뱅크, 한국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