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탄소배출권 가격…속타는 기업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기업별로 할당받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물량 품귀 때문에 급등하고 있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에 할당량을 무리하게 제시한 탓이 크다.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들은 배출권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기업에 부여한 것으로 한국거래소를 통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2016년 배출권 기준) 가격은 t당 2만850원으로 최근 1년 새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본격 거래가 시작된 작년 6월 말(1만6600원)보다는 25.6% 올랐다. 유럽연합(EU) 배출권 가격이 7유로(22일 기준, 약 8750원)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가격 급등은 수급 불일치의 영향이 크다. 수요는 많다. 정부의 배출권 과소 할당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따라 2015~2017년에 16억8655만t의 배출권을 산업계에 줬다. 신청량(20억2100만t) 대비 19.8% 적은 양이다. 공급은 부족하다. 배출권이 남아도는 일부 기업이 배출권을 안 팔고 있다.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쌓아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이 때문에 배출권이 부족한 전력, 반도체 기업들은 물량 품귀와 가격 급등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정책 탓에 배출권 시장이 왜곡돼 기업들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도 관련 부처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이태훈/심은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