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된 노후 지하철 전동차, 결국 사고쳤다
22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옛 신천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서 불이 나 2호선 운행이 50여분간 중단됐다. 서울지하철에서 사고가 난 건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낡은 전동차와 노후한 지하철 시설·설비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8분 2호선 잠실역에서 잠실새내역으로 들어오던 열차 세 번째 칸 아래 충전기 부분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했다. 승객들이 타고 있는 열차 안까지 불길이 올라오진 않았지만 많은 양의 연기가 나 100여명의 시민이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화재는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 발생 후 50여분간 멈췄던 지하철 2호선은 7시20분께 운행을 재개했다.

이날 불이 난 전동차는 1990년 운행을 시작한 노후 차량이었다. 1974년 개통한 서울지하철은 심각한 시설·설비 노후화로 최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4호선 사당행 열차가 창동역에서 고장나 멈췄고, 지난 20일엔 1호선 인천행 열차가 청량리역을 지나다 멈췄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2호선은 전체 차량의 60%가, 4호선은 모든 차량이 들여온 지 20년이 넘은 노후 차량이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전동차 교체와 노후 시설물 개량에 238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서울메트로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사고 열차의 차장은 화재 인지 직후 “차량 하부 연기 발생으로 조치 중이니 안전한 열차 내에서 잠시 기다려달라”고 방송했다. 하지만 연기가 나는 걸 보고 두려움을 느낀 일부 승객은 스스로 출입문을 열고 대피했다. 차장은 첫 방송을 한 지 2분이 지난 뒤에야 “즉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시민들은 “연기가 많이 나 자칫 질식 위험이 있는데도 서울메트로가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배가 가라앉는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했던 세월호가 떠오른다”는 지적도 일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5분 이내에 초동 조치를 완료하게 돼 있는 매뉴얼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