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공연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 현장.
오는 12월 공연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 현장.
“균형을 잡을 땐 바닥을 최대한 밀어내세요. 팔은 최대한 길게 뻗으세요. 자 그대로 키 크게, 계속 키 크게!”

지난 20일 서울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 차세대 ‘빌리’를 꿈꾸는 7명의 아이들이 검은 타이즈를 신고 긴장한 듯 발레 바 앞에 섰다. 음악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안무가의 구령에 맞춰 다리를 하늘 높이 올리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날아 발끝으로 서서 회전 동작까지 성공했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 사이에선 “브라보”가 터져 나왔다.

“빌리, 춤출 때 어떤 기분이에요?”라는 질문에 소년들은 “저 새들처럼 높이 날아오를 때 짜릿한 그 느낌/내 몸 안에는 전기가 흘러/자유를 얻죠”라는 노래로 화답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탄광노조 대파업 시기를 배경으로 초라한 발레학교에서 땀을 흘리던 탄광촌 소년 빌리가 왕립발레학교의 문턱을 넘는 과정을 그린 작품. 2000년 개봉한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2005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뒤 영국 올리비에상 5개 부문, 미국 토니상 10개 부문을 석권했다. 국내에선 오는 12월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서 7년 만에 다시 공연된다.

빌리 역을 맡은 어린이가 약 3시간에 달하는 공연을 혼자 이끌어야 하는 만큼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을 요하는 작품이다. ‘빌리 스쿨’이라 불리는 오디션 및 트레이닝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4월 200여명의 소년들이 빌리와 마이클이 되기 위해 오디션에 지원했다. 이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소년들은 8개월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춤과 노래, 연기와 체력 훈련을 받았다.

빌리 최종 후보는 만 9~12세 아이들 7명으로 구성됐다. 각자 발레, 현대무용 등 특기를 가지고 있지만 뮤지컬 무대는 처음이다. 해외 협력 연출을 맡은 사이먼 폴라드는 “빌리를 캐스팅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얼마나 훈련됐느냐’가 아니라 반짝이는 스파크와 깡, 개성”이라며 “이번에 선발된 최종 후보 16명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빌리와 마이클이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은 지금까지 영국, 미국, 브라질, 호주 등지에서 수많은 빌리를 키워냈다. 폴라드는 한국 빌리 후보들의 특징으로 “굉장히 헌신적이고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며 “지나칠 정도로 예의가 바른 아이들이어서 우리가 ‘좀 더 못되게 굴어도 된다’고 말할 정도”라며 웃었다. 이날 최종 오디션을 치른 신시컴퍼니는 빌리와 마이클 최종 멤버를 4명씩 선발할 예정이다. 전민철 군(12)은 “저도 빌리처럼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용을 시작했다”며 “이번에 기회를 잡아 꼭 빌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