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한 "아, 1타 때문에"…그래도 디오픈 티켓 챙겼다
2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GC 세라퐁코스 18번홀. 아시안투어 개막전인 싱가포르오픈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송영한(26·신한금융그룹·사진)이 8m짜리 버디 퍼팅을 앞두고 심호흡을 했다. 성공하면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갈 수 있는 상황. 퍼터를 떠나 홀컵으로 향하던 공은 그러나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힘없이 흘러가고 말았다. 연장전을 준비하던 아시안투어 강자 프라야다 막생(50·태국)이 동료들의 우승 축하를 받으며 얼떨떨한 미소를 지었다. 아시안투어 10승째를 기록한 막생은 지난해 일본 시니어투어에 데뷔해 4승을 올린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생애 첫 디오픈 출전권 따내

‘어린왕자’ 송영한이 아시안투어 첫 2연패 문턱에서 아쉽게 돌아섰다. 날카로운 아이언과 퍼트를 앞세워 한때 공동 선두에 올라서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 우승을 차지한 막생(9언더파 275타)에 딱 1타가 모자랐다.

초반 기세는 매서웠다. 이 기세를 막판까지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2번홀부터 4번홀까지 3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린 송영한은 6번과 11번홀에서 보기와 버디를 맞바꾼 탓에 경쟁자들을 완벽하게 따돌릴 동력을 축적하지 못했다. 전체 홀 중 두 번째로 어려운 15번홀이 분수령이 됐다. 3번 우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꽃밭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공이 떨어진 곳이 ‘수리지’(망가진 코스를 고치기 위해 작업 중인 지역)로 확인된 덕에 한숨을 돌렸다. 행운의 무벌타 드롭을 할 때만 해도 드라마가 연출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린 위에서 시도한 짧은 파 퍼트가 홀컵을 외면하면서 공동 2위로 주저앉은 뒤 더 이상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송영한은 우승컵 대신 대회 성적 상위 4명에게 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생애 처음으로 손에 쥐었다. 대회 주최 측은 공동 순위자가 있으면 세계랭킹이 앞선 선수에게 출전 우선권을 준다. 송영한의 세계랭킹은 80위로, 공동 2위에 오른 4명 가운데 가장 높다.

송영한과 대회 내내 우승 다툼을 벌인 세계랭킹 7위 애덤 스콧(호주)은 마지막 날 3타를 잃고 6언더파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2월 이 대회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고 대회 트로피를 차지한 송영한은 올해 대회에서도 PGA투어 13승을 올린 강자 스콧을 만나 깨끗한 판정승을 거뒀다. 국제무대에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K브러더스 “출발 좋아요”

이번 대회에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17명이나 출전했다. JGTO가 이 대회를 아시안투어와 공동 개최하면서 출전 기회가 크게 늘었다. 상위권에도 여럿이 진출해 올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지난해 일본투어 첫 승을 신고한 박상현(34)이 나흘간 언더파를 유지한 끝에 7언더파로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첫날 보기 없이 6언더파 공동 선두로 기대감을 키운 승부사 강경남(34)은 2, 3라운드에서 샷 난조로 기가 꺾이면서 5언더파 공동 11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KPGA 최저타수상인 덕춘상을 차지한 이창우(24)와 국가대표 유망주 임성재(19·천안고)가 나란히 4언더파 공동 18위로 대회를 마무리해 다음을 기약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