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에어붐 대표가 무전원 자동물내림 시트에 장착하는 모듈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이동진 에어붐 대표가 무전원 자동물내림 시트에 장착하는 모듈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공중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물내림 레버를 누르려다가 멈칫한 경험은 누구나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세균이 득실거리는 공중화장실에서 레버를 손으로 만져도 될까?’ 그래서 휴지를 뜯어 레버를 감싼 뒤 누르기도 한다.

에어붐의 무전원 자동물내림 시트 ‘레노크’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전기 등 외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인체 하중만을 이용해 작동한다. 대소변을 스스로 구분해 필요한 물의 양을 전원 없이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물을 아끼니 수도요금도 줄일 수 있다.

◆모듈만 붙이면 간편 작동

5㎝ 크기의 특수 모듈에 자체 개발한 핵심기술을 담았다. 모듈을 양변기 시트 아래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 사람이 변기에 앉으면 모듈이 눌리면서 인체 하중을 인식해 스스로 작동한다. 소변은 3~4초, 대변은 10초 기다린 뒤 각각 대·소변에 맞는 적정량의 물을 자동으로 내린다. 물 사용량은 30~50% 절약된다.

이동진 대표는 “대변 물내림은 사람들이 휴지를 버리는 시간까지 감안했다”며 “화장실 물낭비가 줄어들어 공공건물의 절수효과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전기나 건전지 없이 작동된다. 이 대표는 “공중화장실은 전기 콘센트가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무전원 시스템으로 설계했다”며 “양변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장이 나면 모듈만 바꿔 끼우면 돼 편리하다.

◆20여년 물내림 ‘한우물’

에어붐의 모체는 이 대표의 부친인 이재통 씨가 세운 (주)자동물내림이다. 경기 안산시 시화산업단지에서 세륜기(공사차량 세차기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이씨 부친은 ‘남성 소변기는 자동으로 물이 내려가는데 양변기엔 왜 그런 기능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는 1998년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을 시작했고 2008년 (주)자동물내림을 설립해 첫 제품을 출시했다. 당시엔 수압을 이용해 설계했는데 물탱크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고장이 잦았다. 이후 제품을 여러 차례 보완해 지금의 부착형 모듈 레노크로 발전시켰다. 레노크는 1급수에만 사는 열목어를 뜻한다.

2012년 사명을 에어붐으로 변경하고 아들에게 회사를 넘겨줬다. 그는 연구소장을 맡아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직원들은 그를 ‘발명가’라고 부른다. 이 대표는 “부친에게 하나씩 배워 대표 자리에 올랐다”며 “설치작업을 위해 전국 현장을 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와 선전에 합자회사

세면기, 양변기 등 위생도기업계에서 에어붐처럼 한우물만 판 회사는 많지 않다.

전문성과 제품 우수성 등을 인정받아 환경부 WASCO(물절약전문업) 대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종시 신청사를 비롯해 현대차 사옥, KT 전국 지점, 하나은행 및 우리은행 지점 등 공급처가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전국 지사를 모집 중”이라며 “모듈 교체비용이 10만원대로 부담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엔 중국 10대 위생도기업체 안비와 선전에 합자회사를 세웠다. 안비 제품에 자동물내림 모듈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에어붐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샤워기와 세면기 등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종합 욕실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화장실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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