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길 위의 연필 - 이용헌(1959~ )
‘혀는 길들일 사람이 없어서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거짓말과 악한 말들, 쓸데없는 말들이 넘쳐나 정신을 혼탁하게 하지만 목발 짚은 사내는 세속의 경전을 집어던져 버리고 걷고 있습니다. 가진 것을 버렸으니 자유로울 것도 같습니다. 목발이 지나간 발자국은 눈길 위에 눌러 쓴 말줄임표! 묵언수행! 걸어가다 보면 동백숲에 도착할 것입니다. 내면의 진리를 발견하고, 왼쪽 겨드랑이에 낀 커다란 연필로 점묘화를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길 위의 목발 짚은 사내 이미지를 떠올려 보니 우리도 각자 어딘가에 도착해 맑은 정신으로 자신의 인생을 그려 나가거나 예술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됩니다.

김민율 시인(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