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칩거 44일…헌재 홈피만 쳐다보는 청와대 참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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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와대 참모들이 자주 찾는 헌법재판소 인터넷 홈페이지다. 이곳에서 지난 3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지난 16일 5차 변론이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 씨가 헌재에 처음으로 출석해 발언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다. 한 참모는 22일 “최씨의 말투가 어눌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증언을 들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아 다소 놀랐다”고 말했다.

변론 동영상에는 최씨 외에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의 육성 증언도 나온다. 다른 참모는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의 수사 진행 과정을 지켜보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됐다”고 털어놨다.

◆탄핵 44일째… 참모는 “괴로워”

박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지 44일째다. 관저에 칩거 중인 박 대통령만큼이나 청와대 참모들도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은 탄핵 직후 법률에 따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황 대행은 최소한 범위에서 대통령비서실 지원을 받겠다고 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청와대 수석 가운데 황 대행을 보좌하는 사람은 정책조정수석(현재 공석) 직무를 대행하는 강석훈 경제수석과 허원제 정무수석 정도다. 강 수석은 청와대 참모진을 대표해 황 대행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장관회의 등에 배석한다. 허 수석은 황 대행이 지난 16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찬 회동했을 때 배석했다. 강 수석과 허 수석은 주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과 현안을 논의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이 사실상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들은 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할 수 없지만 휴일 등에 비공식적으로 국정 현안이나 여론 동향을 보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참모들 헌재 심판에 촉각

참모들의 업무량은 확 줄었다. 한 비서관은 “새로 추진하는 일이 없어 그동안 해오던 일을 모니터링하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시간이 남아 책을 읽을 때도 있다”고 했다.

참모들의 최대 관심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다. 이들은 기각을 ‘희망’하지만, 아직 대세흐름이 바뀌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털어놓는다. 부처에서 파견나온 ‘늘공(늘 공무원)’들은 ‘최순실 부역자’로 찍혀 다음 정권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행정관은 “이번 사태로 작년 말에는 승진 기회를 놓쳤는데 부역자로 찍혀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한광옥 비서실장은 작년 말 비서실 직원의 승진인사를 전면 보류했다. 정치권에서 온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농반진반으로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데…”라고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 강공 전환

‘탄핵시계’가 빨라지자 박 대통령 측이 강공으로 전환하고 있다.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황성욱 변호사는 지난 21일 “‘세월호 한 달 뒤, 블랙리스트 작성 박 대통령 지시’라고 보도한 중앙일보와 이를 언론에 알린 특검 관계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피의사실 공표죄로 형사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이 최순실 게이트 이후 수사팀과 언론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건 처음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