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사는 맹그로브 나무
바다에서 사는 맹그로브 나무
동남아시아와 카리브해 연안에 주로 사는 맹그로브 나무는 바닷물에 뿌리를 깊이 박고 사는 희귀한 바다 나무다. 뿌리가 바닷물에 함유된 소금기를 걸러내 나무가 살지 못하는 바다에서도 살아간다. 맹그로브의 뿌리껍질은 바닷물 속 양이온인 나트륨 이온이 많이 달라붙을 수 있는 전기적 성질을 지닌 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상준 포스텍 교수 연구진은 최근 맹그로브 나무의 이 같은 성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양전하를 띠는 폴리아릴아민하이드로클로라이드(PAH)와 음전하를 띠는 폴리나트륨스타이렌술포네이트(PSS)를 쌓아 맹그로브 뿌리 표피층과 비슷한 여과막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바닷물 농도에 가까운 소금물로 실험한 결과 나트륨 이온 96.5%가 걸러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3일간 소금물을 지속적으로 이 막에 통과시켜도 여과막에 오염이 일어나지 않고 강인한 맹그로브 나무처럼 지속적으로 담수로 바꾼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물에 젖지 않는 연잎
물에 젖지 않는 연잎
최근에는 물에 젖지 않는 연잎을 이용한 기술도 등장했다. 연잎은 표면이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돌기로 덮여 있어 물이 스며들지 않고 동그랗게 뭉쳐 표면에 둥둥 떠 있는 상태가 된다.

연잎이 흙탕물에서 더럽혀지지 않는 것도 표면에 더러운 물질이 둥둥 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성질을 이용해 비가 와도 젖지 않는 옷이나 스스로 깨끗해지는 건물 외장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태윤 연세대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미량의 물방울 속에 있는 극소량의 발암 물질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스몰에 소개했다. 연잎처럼 수많은 나노미터 크기의 돌기를 구리 표면에 만들어 물방울을 쉽게 제어하고 레이저를 쏘아 그 안의 성분을 알아내는 원리다.

기술의 한계를 넘어선 자연모사가 상용화된 사례도 있다. 일본에선 고속철 신칸센이 터널을 빠져나갈 때 생기는 굉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총새 부리를 모방한 열차를 개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기술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을 자연계에서 찾는 자연모사혁신기술개발사업을 올해 처음 추진한다. 연구재단은 자연모사 기술 시장이 지난해 43억달러에서 2030년 1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