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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핵심보직인 '왕실장'으로 불리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생애 처음으로 수갑을 찬 채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양복을 입었지만 왼쪽 가슴에는 서울구치소 수용자 번호가 적힌 배지가 달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동시 구속된 지 34시간여만이다.

22일 오후 2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왕실장'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며칠 새 수척한 모습이었다. 전날 오전 3시 48분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 전 실장은 22일 오후 2시 10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특검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대치동 D빌딩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실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때 입은 정장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 넥타이는 매지 않은 상태였다.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아 맞잡았고, 수갑을 찬 손목에는 하늘색 수건이 둘러져 있었다.

교도관들이 그의 양쪽에서 팔짱을 낀 채 김 전 실장을 조사실로 이끌었다. 김 전 실장에게는 '블랙리스트를 인정하느냐', '본인이 직접 주도했느냐', '대통령의 지시 있었느냐', '수의를 입은 심경이 어떠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취재진에 아무런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조사실로 그대로 올라갔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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