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장관의 구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큰 혼란에 빠졌다. 현직 장관의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에 국정 업무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신사업 추진은 물론 후임 장관 취임 때까지 국정 공백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조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취임한지 불과 5개월만에 구속됐다. 5개월 동안에도 국정감사부터 청문회 등으로 조 장관은 문체부의 주요 업무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문체부도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감사와 뒷수습을 하기 바빴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한 상황에서 장관까지 구속되면서 문체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탄핵 정국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 장관을 임명하기도 어렵다. 차관들도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체부 한 관계자는 “아직 국정농단에 대한 의혹이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차관들이 앞서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는 콘텐츠 사업도 이미 추진 동력을 잃었다. 문체부는 CJ 등 일부 기업에 콘텐츠 산업을 일임하고 관리·감독만 하기로 했다. 콘텐츠 산업은 미래의 주요 성장동력이지만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핵심 사업이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정부가 더 이상 관여하기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와 관련된 뉴콘텐츠 사업 일부를 제외하곤 콘텐츠 사업을 적극 추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컨트롤타워 공백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화계 수장 인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사권이 있는 7개 단체 가운데 3개 단체의 수장(국립국악원장 국립중앙극장장, 국립발레단장)을 연임시키는데 그치고 있다. 국립극단과 아시아문화의전당, 국립국악원 소속 무용단과 창작악단 등 4곳의 수장 인사는 미정이다.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고 검증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계도 구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 장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실세이자 문화 관련 책들을 쓴 경험도 있어 문화 발전에 큰 공헌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문체부는 업무 공백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21일 서울 서계동 서울사무소에서 송수근 1차관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업무 차질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문체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조 장관이 이날 오전 사의 표명을 했으며 ‘차관대행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