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 정우성, 김혜수부터 시인 고은, 소설가 한강까지….

국정농단 논란의 중심에 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상은 총 9473명에 달한다. 1만명에 가까운 예술, 문화 종사자들이 불합리하게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배제 대상이 됐다. 여기엔 반정부 발언을 하고 세월호 시국 선언에 동참했거나, 과거 문재인 대선 후보 등을 지지한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정 인물뿐만이 아니다. 문학동네, 창비 등 출판사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사들도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5년 9월 국회 국감에서였다. 당시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다원예술창작지원사업에서 심의위원에게 요구해 윤한솔 연출의 ‘안산순례길’을 선정작에서 제외했다”며 블랙리스트 존재 가능성을 주장했다. 2015년 10월에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해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심사에 개입한다는 정황을 밝혀내고 “블랙리스트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인 2014년 5월 블랙리스트 작성 논의가 시작됐다는 문체부 직원들의 진술과 정황을 확인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도 “블랙리스트를 본건 2014년 6월쯤으로 기억한다. 리스트 이전의 형태로는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문화계의 충격은 컸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정부의 기획의도에 맞는 작품 활동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헌법 정신에도 반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22조 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문화계 종사자들은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작품 활동 자체를 억압하는 문화 대참사가 일어났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이에 맞서 문화계 인사들은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법률대응 모임(블랙리스트 법률대응 모임)’은 소송대리인단 1000명을 구성, 다음달 중 정부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이들은 “국가기관이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와 인격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침해한 불법 행위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