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일성 “내 국정운영 철학은 미국 우선주의”
외교·통상·이민·세제 전 분야에서 미국 이익 고려 정책 결정
미 정치개혁 드라이브도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자신의 국정 운영방향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대내외에 정식으로 공포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새 대통령이 통상과 외교,국방 등 국정 전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공언함으로써 향 후 미국 뿐 아니라 국제 질서에도 큰 변화가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정오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취임 선서후 행한 연설에서 “오늘부터 미국의 새 비전은 미국 우선주의”라고 공언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롯해 입법·행정·사법계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취임식 행사는 미국과 해외에서 온 70만~90만명이 참석해 새 대통령의 취임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분짜리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 채택의 배경과 관련, “지난 수 년 동안 미국은 우리의 산업을 희생해서 다른 나라를 부강하게 했고, 우리 국방을 궁핍하게 만들며 다른 나라 군대를 지원했으며 우리 국경 방어를 포기하고 다른 나라 국경을 지켜줬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의 사회간접자본(SOC)이 황폐화되고 녹슬 때 외국에 수조달러를 썼다”면서 “앞으로 미국의 통상과 세제, 이민, 외교 등 모든 정책은 미국 근로자와 미국 가족들의 이익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한 각종 일자리,통상,외교,국방 정책 등으로 중서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휩쓸며 선거에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통해) 일자리와 국경, 부(富) 그리고 우리의 꿈을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각 국과 좋은 우정과 좋은 관계를 추구하겠지만 이는 모든 나라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게 맞다는 이해에 기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맥락에서 ‘바이 아메리카’(정부 조달사업에서 미국 기업·상품·근로자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 정책 확대 의지를 표시했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도로와 고속도로, 다리, 항구, 공항,터널, 철도 등을 미국 전역에 지을 것”이라며 “이 때 지킬 두 가지 원칙은 ‘바이 아메리카,하이어 아메리칸’(buy america, hire american)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10년간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더라도 공사수주 기업와 부품·자재 공급기업, 근로자 채용시 미국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설명이다.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과거 동맹은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구축할 것”이라며 “모든 문명화된 세계와 힘을 합쳐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을 지구상에서 발복색원(拔本塞源)하겠다”고 말했다.무장 이슬람단체(IS)격퇴 등을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뜻임을 재차 밝힌 것이다.

미국의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워싱턴DC와 정치인들은 번성하는 데 공장은 문을 닫고, 국민들은 직장을 잃는 등 국민들은 결실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워싱턴DC에 있는 작은 정치집단이 국민들의 희생을 통해 과실을 다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단순히 한 행정부에서 다른 행정부로 권력이 넘거가거나, 한 당에서 다른 당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날이 아니다”며 “오늘은 국민들이 미국의 통치자가 되는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끊임없이 불평하면서 말만하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 정치는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공허한 말의 시대는 갖고, 이제 행동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여기서 지금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며 대대적 정치개혁에 나설 뜻임을 강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