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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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최대 대목인 '설'을 앞두고도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가운데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한 이색 선물을 내놔 눈길을 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인만큼 5만원 이하로 가격을 맞추면서도 예상 밖 새로운 구성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설 선물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일반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받는 사람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맞춤형 선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인다는 계획이다.

◆ 전국 맛집 '고향'으로…맛집 세트 눈길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연탄 불고기 전문점 '쌍다리 돼지불백'과 제휴해 '쌍다리 돼지불백 세트'를 설 선물로 내놨다.

'맛집 세트' 들어는 봤니…유통가 '설' 이색 선물 열전
현대백화점이 돼지 불고기를 설 선물 세트로 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kg 돼지 불고기 세트를 5만원에 판매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침체가 이어지며 명절 선물에 쓰는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5만원 이하 실속 상품을 많이 준비했다"며 "가격은 낮추면서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 맛집과의 협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건강 맛집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무명식당'과 손잡고 '사람, 그리고 밥이다 무명식당' 이란 선물 세트를 출시했다. 마와 오색현미, 오색보리, 우엉 등 4가지 구성을 갖춘 이 세트는 3만582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는 '밥'을 중요시하는 콘셉트를 살려 3만원대 잡곡쌀 세트, 고시히카리와 히토메보레, 검정찰현미, 화선찹쌀 등 고급 쌀 9종을 묶은 라이스갤러리(4만9800원)도 준비했다. 아마씨드·햄프씨드·치아씨드 등 슈퍼씨드와 오일을 묶은 '슈퍼씨드&오일세트'(4만4820원)도 준비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브랜드 식품관 고메이494에 입점한 테이크아웃 전문점 '벽제갈비 오세요'에서 '든든한 싱글세트(4만5000원)'와 '간편 벽제 설렁탕 세트(5만원)'를 선보였다. 식품관 내 인기 맛집인 르타오 치즈케이크, 삼진어묵 등의 설 선물 세트도 내놨다.

편의점 GS25는 최근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트렌드형' 설 선물 세트를 출시했다.

쿡방 전성시대에 맞춰 세계적인 주방용품 브래드 옥소와 손잡고 주방조리기구 실속 5종세트(4만9000원)를 선보였고, 셀프인테리어 인기를 반영해 스위스밀리터리공구 세트7종(2만5000원)도 마련했다.
'맛집 세트' 들어는 봤니…유통가 '설' 이색 선물 열전
무선조종자동차, 미니드론, 가면라이더 포제세트 등 어린이와 키덜트를 위한 선물도 5만원에 맞춰 구성했다.

설 선물 세트라고 하면 떠오르는 정육·과일·생활용품에서 벗어나 설에 가족들이 '선물'을 나눈다는 데 무게를 둬 받는 사람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 유통업계 설 선물 실적 역신장…한숨

유통업계가 이색 선물 세트를 잇따라 내놓은 건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한데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주요 백화점과 마트의 설 선물 세트 판매는 역신장하거나 제자리걸음이어서 김영란법 파급 효과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설 선물 세트 본 판매를 진행한 지난 9일~16일 사이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3% 하락했다.

특히 한우(-13.3%), 굴비(-12.1%), 청과(-11.6%) 등 대표적인 설 선물 세트 상품 판매가 부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설 선물 세트 본 판매를 진행한 지난 12~18일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하락했다.

수산(-4.9%), 농산(-4.3%), 축산(-3.4%) 등 고가 품목에서 역신장이 뚜렷한 반면 저가로도 선물 세트를 만들기 쉬운 차·건강(42.5%), 글로서리(12.4%) 등은 크게 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설 수산(9.4%), 축산(7.6%), 청과(5.9%) 등이 주로 팔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설 판매 행사는 두 자릿 수 이상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올해는 오히려 역성장했다"며 "김영란법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은 5만원 이하 선물 세트가 많지 않아 남은 기간에도 실적이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며 "선물 세트를 구입하는 고객들도 확실히 단가가 낮은 쪽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설 선물 세트를 판매했지만 2.4%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같은 기간(12.5%)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백화점에 비해 저렴한 선물 세트를 판매하는 마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마트는 사전 예약을 포함해 지난 19일까지 진행한 선 선물 세트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권민경/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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