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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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라 기자 ]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국내 대학들이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 뛰어들었다. 그러나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오히려 대학들의 재정악화를 가져오는 등 '제살 깎아먹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일 법무부 출입국과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06년 3만여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유학생들은 10년 뒤(2016년 9월 기준) 사상 최초로 12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중국인 유학생이 7만508명(57.8%)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유학 수요가 꾸준한 데다, 대학들이 재정 확보와 국제화를 목표로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대가 그렇다. 지방대 입장에선 서울로 쏠리는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등록금 감면, 100% 기숙사 입사보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 소재 A대학은 외국인에게는 100% 기숙사를 제공한다. 첫 학기에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을 획득하면 등록금의 40%를 지급하고, 두 번째 학기부터 졸업 때까지 학점이 3.0을 넘을 경우 등록금의 40%를 감면해준다.

수도권 B대학 관계자는 "아무래도 외국인 유학생들은 서울 소재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방대가 유학생 유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더 많은 지원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 대학 진학 유인이 있는 중국인 학생들을 대규모 유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외국인 유학생의 '중국 쏠림 현상' 배경이다. 장학금을 비롯한 여러 혜택을 제공하며 모셔오듯 하다 보니 대학 입장에선 등록금 수입이 줄고 유학생 질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중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현지 학생보다 최대 5배 이상 많은 등록금을 내고 다녀야 한다. 상호 학생 교류가 늘어나고 있는 한·중 양국 대학의 180도 다른 현실이다.

2016학년도 중국 베이징대 입시요강(학부 기준)에 따르면 외국인 학생 1년치 등록금은 2만6000~3만 위안(약 445만~514만 원)으로 내국인 학생 등록금 5000~5300위안(약 85~91만 원)보다 훨씬 많다. 칭화대와 런민대의 평균 유학생 등록금도 2만4500위안(약 420만 원)으로 평균 내국인 등록금(5300위안)보다 4~5배 가량 많았다.

국내 대학의 글로벌화가 모셔오기 경쟁으로 변질되면서 특정 국가 유학생에 편중된 것이 재정 악화로 이어졌다. 게다가 질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학생 숫자 채우기로 인해 대학구조개혁을 지연하는 부작용까지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초창기 국내대학의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작년부터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를 도입해 대학의 유학생 관리를 평가하는 등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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