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하기전 몸 좀 풀어볼까" 창업 도전자들이 몰려가는 이곳은?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지난 18일까지 입교자 신청을 받았다. 창업가가 되겠다며 신청한 청년이 2100여명에 달했다. 2011년 이 학교가 문을 연 뒤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다. 입교 경쟁률도 역대 최고였다. 450명 정원에 경쟁률은 4.7 대 1을 기록했다. 가장 신청자가 많은 경기 안산 교육장 경쟁률은 6.7 대 1이었다.

단순히 지원자만 많은 게 아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김현진 창업지원팀장은 “대기업을 다니다 나왔거나 전문 연구기관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경험한 우수 인력들이 요즘 많이 지원한다”고 전했다.

‘창업은 쪽박’이란 인식 개선

"사업 하기전 몸 좀 풀어볼까" 창업 도전자들이 몰려가는 이곳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국내에선 ‘창업하면 신용불량자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정보기술(IT) 거품이 터지고 난 뒤 무수한 벤처기업인이 줄줄이 망하는 것을 목격한 결과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확 올라간 것도 이맘때부터였다. 대다수 청년은 창업하는 게 무모하다고 여겼다.

이 같은 인식에 일부 변화가 생긴 것은 정부가 ‘창업 안전판’을 만들어주면서부터다. 창업에 뛰어들기 전 ‘몸 풀 기회’를 제공한 게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만 39세 이하 예비 창업자를 뽑아 1~2년간 교육한다. 주로 제조업이나 지식 기반 서비스 창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입교하면 1년 동안 총 12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창업 공간이 제공되고 사업비가 연간 최대 1억원까지 나온다. 창업 전문가들이 코치도 해준다. 사업화 단계별로 기술, 마케팅, 자금 등 분야별로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고가의 장비를 무료로 쓰거나 창업자들끼리 모여 사업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자금 융자, 연구개발(R&D) 사업 참여, 해외 전시회 등 정부의 다른 지원을 연계해 받을 수도 있다.

‘사관학교’란 이름에서 보듯 학사관리도 엄격하다. 사업할 능력이 떨어지거나 태도가 불량하면 퇴교 조치가 내려진다. 매년 10% 안팎을 걸러낸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사업하는 게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나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창업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임채운 중진공 이사장은 “물건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진짜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사업가를 길러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졸업생 성공사례 늘며 인기

졸업자 상당수가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상용화 전단계를 넘어 매출을 본격적으로 발생시키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2011년 입교한 1기 졸업생 김구현 아이탑스오토모티브 대표는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아이탑스오토모티브는 지난해 2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차가 보행자와 부딪히면 후드를 자동으로 올려 보행자 충격을 줄여주는 ‘액티브 후드 리프트 시스템’이란 것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자동차 부품사에 공급한 덕분이다. 3~4년 안에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게 목표다.

우종대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대표는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 로스터기를 국산화해 판매하고 있다. 작년 매출 32억원을 거뒀다. 종업원 수는 55명에 이른다. 올 들어 12억원어치의 주문을 해외에서 받는 등 해외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총 1215명의 졸업생이 창업에 나서 작년 상반기까지 거둔 누적 매출은 7210억원에 달했다. 고용 인원은 2843명에 이른다.

정부는 청년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을 더 정교하게 바꾸는 중이다.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업종에 한해 2년 교육과정도 신설한다. 졸업한 뒤에도 일정 기간 지원을 연장해 줘 사업 안착을 도울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