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2명…잠룡과 잡룡들의 '대권 줄타기'
잠룡(潛龍)은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로 물에 잠겨 있는 용(龍)이란 뜻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유력 대통령 후보를 잠룡에 비유한다. 다당제와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대선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거론되는 대선 출마 후보만도 22명이다. 말 그대로 ‘잠룡과 잡룡(雜龍·지지율 미미한 후보) 홍수시대’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2일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출마 선언을 한다. 5시간 동안 300여명의 지지자와 함께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안 지사 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3일 경기 성남의 한 시계 공장에서 출정식을 연다. 이 공장은 이 시장이 12세 때 일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노동을 존중하는 ‘노동자 대통령’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라고 이 시장 측은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 명절을 전후로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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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소속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다음주 출마 선언을 한다. 남 지사는 25일 당사에서 출마 회견을 하고, 26일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유 의원은 이번 주말까지 출마 선언문을 가다듬는다는 계획이다.

이미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주자도 많다. 지난 19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심상정 정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선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15일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벌써 22명…잠룡과 잡룡들의 '대권 줄타기'
유력 주자들은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출마 선언을 미룬 채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매주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고, 반 전 총장은 영·호남을 오가는 강행군을 한 데 이어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출마 선언을 늦추고 있다.

자신이 직접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잠룡으로 거론되는 주자들도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는 “더 이상 킹메이커는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 자신이 직접 대선 주자로 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5%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여권의 유력 주자로 거론된다.

대선 후보들이 크게 늘면서 여론조사 순위권에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선 출마 의지를 보인 잠룡은 20여명이지만 여론조사기관의 지지율 조사 대상은 8명 안팎이다. 한때 지지율 선두권에 올랐던 박 시장이 최근 갤럽 조사에서 순위권 밖으로 밀리기도 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