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샤프 등에 6000억원 가까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만 훙하이에 인수된 샤프가 지난해 말 삼성에 대한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급을 일방적으로 끊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20일 일본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샤프, 구로다전기 등 일본 3개 회사가 TV 패널 공급을 갑작스레 중단해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12월22일 미국 뉴욕의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제기했다. 삼성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4억9200만달러(약 5780억원)에 달한다.
샤프의 기습에…삼성전자 '6000억 패널 소송' 맞불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께 샤프와 600만대가량의 TV 패널을 2017년에 공급받기로 연간 계약을 맺었다. 이는 삼성전자 연간 TV 생산량(약 5000만대)의 10%가 넘는 물량으로 2016년보다 200만대가량 증가했다. 작년 말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패널을 제조하던 7라인 일부를 폐쇄하면서 샤프 쪽 물량을 늘린 것이다. 그러나 11월께 샤프는 일방적으로 공급을 끊겠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초 샤프를 인수한 훙하이의 궈타이밍 회장이 “샤프 자체 브랜드로 TV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마음먹은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경쟁하던 LG디스플레이와 대만 AUO, 중국 BOE 등에 패널 공급을 긴급 타진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삼성이 공급받기로 한 TV패널이 600만대가량이고 현재 40인치 패널 가격이 12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삼성은 계약액 전체의 70%가량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구로다전기는 지난 19일 “샤프가 만든 TV 패널을 삼성에 공급해왔으나 샤프가 공급을 갑자기 중단하자 삼성이 당사를 포함한 3개사에 대해 중재를 신청해 왔다”고 도쿄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ICC 국제중재는 통상 1년 반가량이 걸린다.

샤프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 중국 하이센스 등에도 패널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도 ICC 중재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