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약달러?…갈피 못잡는 원화 환율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달러 방향에 대해 엇갈린 신호들이 나오면서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8원40전 내린 1169원20전으로 마감했다. 전일보다 2원40전 내림세로 출발했다가 하락폭이 커졌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경제에 과열 신호는 희박하다”고 강연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금리 인상에 대한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 것으로 해석되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했다.

원화가치는 올초 달러당 1210원대에 육박하며 뚜렷한 약세였다. 하지만 최근엔 뚜렷한 방향 없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자 등 주요 인사들의 말 한마디마다 달러가치가 요동을 쳤다.

지난 16일 트럼프 당선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달러가 너무 강하다”고 말하자 달러가치는 급락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지난 18일 달러당 1160원대로 하락했다. 하루 뒤 환율은 10원가량 상승세로 돌아섰다. 옐런 의장이 18일 샌프란시스코 연설에서 미국 경제지표가 Fed의 목표치에 근접했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20일 취임식에서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재정 확대정책에 대한 내용에 따라 달러가치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내정자가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는 중요하다”며 트럼프 당선자와 의견 차이를 드러내는 등 돌발 변수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널뛰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경계 심리가 높다”며 “설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많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