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진짜 '혁명'인가 '마케팅 상술'인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3차원(3D) 프린팅, 블록체인, 바이오기술 등을 두루 묶어 새로운 산업혁명의 흐름으로 표현한 것이다. 뭔가 더 좋아진 걸 얘기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을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회장이 만든 말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 그가 이 개념을 적극적으로 알린 것은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의 주제를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로 잡았다. 그 무렵 발간된 그의 저서 《4차 산업혁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에 칩거하며 읽고 있다는 그 책이다.)

슈바프 회장이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오해다. 슈바프 회장 자신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 독일 정부가 2010년대 들어 추진해 온 제조업 혁신 방안(인더스트리 4.0) 보고서에 이미 4차 산업혁명 개념이 들어가 있다. 독일의 제조업·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포함된 인더스트리 4.0 워킹그룹이 독일 정부에 2011년, 2013년 제출한 보고서는 가상 물리시스템(CPS)을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해 언급하며 이를 ‘인더스트리 4.0’으로 개념화했다. 이미 이때부터 이것을 ‘혁명’이라고 부르려는 기조가 있었던 셈이다.

다만 독일 정부 등은 슈바프 회장처럼 이 개념을 확장해서 쓰기보다는 제조업 가치사슬을 따라 디지털 정보를 통합·연계 관리함으로써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부문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공장 자동화 부문의 선진국으로서, 가장 선진적인 기술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4차 산업혁명…진짜 '혁명'인가 '마케팅 상술'인가
한국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을 이런 독일식 제조업 선진화 개념보다는 슈바프 회장이 제시한 ‘미래 기술의 총체적인 변화’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완전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독일 사람에게 인더스트리 4.0을 얘기한다면 보다 좁은 개념을 떠올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이것을 ‘산업혁명’으로 부를 만하냐는 점이다. 증기기관의 출현으로 인한 1차 산업혁명, 전력을 이용해 대량 생산을 본격화한 2차 산업혁명,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며 나타난 3차 산업혁명과 차별화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부르기에는 적합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새롭긴 하지만 생산 효율성을 급격히 높여 인간 삶의 양상을 크게 바꿔놓은 과거의 산업혁명과 비견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슈바프 회장 자신도 이런 지적을 의식하고 있다. 자신이 4차 산업혁명으로 분류한 것이 사실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술이라는 지적에 대해 “규모·속도·충격 면에서 최근의 기술은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라며 “인류 역사의 관점에서 이 변화는 아주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관점에 따라 ‘엄청난 변화’라는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슈바프 회장의 저서 《4차 산업혁명》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다보스포럼은 글로벌 엘리트 사이의 일반적인 통념을 이슈로 제기하는 데 능하다”며 “문제는 일반적인 통념이란 거의 예외 없이 틀린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책을 팔아먹으려는 상술에 불과하다는 뉘앙스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에는 분명히 새로운 시대의 조류를 한데 묶는 통찰이 담겨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 현혹돼 그 안에 담긴 기술 진보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산업혁명에 걸맞은 변화를 겪고 난 후에야 우리는 그것을 진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