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대통령 취임식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개신교 예배처럼 진행된다. 아침 첫 행사부터 가족과 함께 교회 예배로 시작한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의 전통이다. 취임식장인 의사당에서는 왼손을 성경에 얹고 오른손을 들어 취임선서를 한다. 마지막에는 ‘신이여 굽어 살피소서’라고 기도한다. 초대 워싱턴 때부터 이어지는 관례다. 교회 지도자들의 축복기도로 마무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취임식 날짜는 오랫동안 3월4일이었으나 1937년부터 1월20일로 바뀌었다. 당선자가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게 좋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이날이 일요일이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선서를 먼저 한 뒤 공식적인 행사는 다음날 한다. 취임식에는 이임하는 대통령을 비롯해 수십만에서 수백만명이 참석한다. 그러나 이임 대통령 중 3명은 새 대통령이 보기 싫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존 애덤스와 그의 아들 존 퀸시 애덤스, 앤드루 존슨이 ‘뒤끝’의 주인공이다.

앤드루 잭슨 취임식은 폭력으로 얼룩졌다. 서부 개척자와 농민, 흑인 등 2만1000여명이 몰렸는데 사소한 말다툼 끝에 패싸움이 벌어져 난장판이 됐다. 링컨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에서는 부통령이 장티푸스 통증을 잊으려고 과음했다가 연단에 올라 주사를 부리기도 했다.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건강을 과시하려고 장대비 속에 외투도 없이 1시간40분 동안 연설했다가 급성 폐렴으로 한 달 만에 세상을 떴다. 레이건은 첫 취임식 때 9개의 무도회에 1630만달러(약 191억원)를 썼는데, 재선 때는 무도회가 10개로 늘어 2000만달러(약 235억원)나 썼다. 이런 비용은 모두 국고에서 나온다.

이번 트럼프 취임식 비용은 약 2억달러(약 2350억원). ‘비즈니스 대통령’답게 9000만달러(약 1000억원)를 개인 기부금으로 모았다고 한다. 취임식 행사는 무료지만 좋은 자리는 입장권을 사야 한다. 최소 2만5000달러(약 2945만원)에서 최대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내면 리셉션에서 대통령을 가까이 볼 수 있다. 12억원짜리 입장권에는 대통령·부통령 부부와의 만찬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 취임식은 2월25일로 정해져 있다. 첫 직선제인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다. 장소는 국회의사당 광장. 이전까지는 잠실이나 장충체육관, 옛 중앙청 등에서 열렸다. 날짜도 제각각이었다. 비용은 20억~30억원 정도. 국고에서 지출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이 몸이 하나님과 동포 앞에…”라며 취임선서를 했다. 그는 미국 유학파에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