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19일 서울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방문, 이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19일 서울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방문, 이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정치권과의 교류를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이후 1주일 동안 전국 민생 투어를 마친 뒤 정치권 연대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대치동에 있는 이 전 대통령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30여분간 독대했다. 반 전 총장이 지난 10년간 유엔 활동에 대해 주로 얘기하고,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세계 평화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오셨다”며 “경험을 살려 한국을 위해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선과 관련된 정치적인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반기문 캠프에 친이(친이명박)계 인사가 대거 참여한 데 대해 “반 전 총장이 개별 접촉해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다만 반 전 총장이 열심히 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속으로야 (생각이 있으실 것)”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 전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며 반 전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반 전 총장은 다음주 설 연휴 전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도 만날 예정이다. 여권 출신인 정 전 의장은 제3지대에서 개헌을 고리로 한 중도 보수층이 연대하는 빅텐트론을 주장해왔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제3지대 인사들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의 잇단 정치인들과의 접촉을 놓고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정치권과의 연대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당초 설 연휴 전까지 정치인들과의 접촉은 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정치 교체’를 내세우며 대통합 행보에 나섰지만 퇴주잔 논란 등 잇단 논란에 시달렸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16~18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반 전 총장은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0.4%포인트 하락한 21.8%를 기록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반 전 총장이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