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천정부지 '식탁 물가'…직거래로 잡아라
배추나 계란 등 특정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복잡한 유통 구조가 도마에 오른다. ‘중간 상인의 폭리로 산지에서 100원 하는 배추가 소비자에게 1000원에 팔린다’는 식의 비판이 쏟아진다. 최근 계란값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피해로 급격히 치솟자 ‘중간 유통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3~4단계에 달하는 유통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농산물 유통구조 문제를 현실적으로 개선할 방안은 없을까.

이상욱 전 농협중앙회 경제대표는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직거래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대담하는 방식으로 농업·농촌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 책 《새들은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에서다. 저자는 농산물 유통의 특성부터 설명한다. 농산물은 유통과정에서 쉽게 부패되거나 변질돼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국내 농가의 생산 규모가 작아 소량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수집·선별·포장·운송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그는 “농산물 유통 마진은 대부분 수집·선별·포장·저장·운송 등에 소요되며 공산품에 비해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도 유통 구조를 개선하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농협이 추진 중인 권역별 물류센터 건립이 그런 사례다. 도매시장 출하 농산물은 물류센터를 통하면 기존 ‘농업인→농협(산지유통인)→도매법인→중도매인→하매인→판매장→소비자’의 유통 단계가 ‘농업인→농협→물류센터→판매장→소비자’로 축소된다. 저자는 “외부기관 연구 결과 물류센터를 경유할 때 물류비가 약 14.7% 절감된다”며 “농업인은 8.4% 더 받고 소비자는 6.2% 덜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