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공식화하자 런던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이 유럽대륙으로 인력을 대거 이전할 준비에 나섰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18일(현지시간)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 골드만삭스가 런던법인 임직원을 현재의 절반가량인 300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1000여명에 달하는 트레이더와 고위관리직, 회계감사 전문가 등 핵심 인력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길 예정이다. 신상품 개발인력은 미국 뉴욕으로, 총무·인사관리 등 백오피스담당은 폴란드 바르샤바로 보내기로 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기업 관련 영업인력은 해당국으로 근무지를 이전하기로 했다.

HSBC는 1000명가량의 인원을 프랑스 파리로 보낼 준비에 나섰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는 “브렉시트가 실행되면 2년 안에 직원을 파리로 옮길 것”이라며 “전체 매출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근무지 이전 대상”이라고 단언했다.

스위스 UBS도 5000명가량 되는 런던법인 인력 중 1000명 정도를 유럽대륙으로 옮길 채비를 하고 나섰다. 한델스블라트는 “런던에 근거지를 둔 대형 은행이 ‘패스포팅 권리(EU 역내에서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반면 고급인력이 유입될 기대에 프랑크푸르트와 파리는 환영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뿐 아니라 제조업체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우치야마다 다케시 도요타 회장은 “영국 법인에 3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영국 법인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시킬지 고심 중”이라며 “(브렉시트 이후)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조사에 따르면 영국 주재 기업의 76%가 본점이나 자산 일부를 유럽대륙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오는 24일 정부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브렉시트 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고등법원은 정부가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브렉시트 협상 개시 의사를 EU 측에 통보하기에 앞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영국 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