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된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모습.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된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모습.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19일 새벽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자 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상하지도 않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현실화했을 경우 발생할 경영권 공백과 경영 파행,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을 막을 수 있게 돼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아직 이 땅에 법과 정의가 남아 있다는 것”이라며 “특검이 씌운 혐의들은 앞으로 재판을 통해 법원에서 억울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구속을 면하면서 오는 3~4월께 특검 수사가 끝나면 미뤄진 그룹 사장단 인사, 중장기 투자,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지주회사 설립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 결정을 반기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은 피했지만 뇌물 공여, 횡령 등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경우 특검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선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 대법원까지 갈 것을 감안하면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일이다. 그 기간에 그룹의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구글 애플 인텔 퀄컴뿐 아니라 화웨이 칭화유니 하이얼 BOE BYD 등 급부상 중인 중국 기업과도 싸워야 하는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검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최 실장과 장 사장의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풀려나 두 사람의 구속을 추진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또다시 청구하라고 특검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맡은 삼성전자 등기이사직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해외 주주 등이 기소된 이 부회장의 자격 등에 시비를 걸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게 되면 경영에 소홀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일부 시민단체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법원이 국내 1위 기업의 총수가 구속될 경우 초래될 경영 공백, 투자·고용 차질,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해 불구속하기로 한 만큼 이 부회장은 더욱더 기업활동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은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탁마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명실공히 국민에게 더 가까운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