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시장에 중국 큰손 몰린다
중국 투자자들이 환헤징 수단으로 구리를 사들이면서 구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구리 가격은 18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지난해 말 이후 이어진 강달러 기조로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중국 투자자들이 구리 매입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산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가치가 달러로 매겨지는 구리를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최근 약세로 돌아섰지만 미국 대선(지난해 11월8일) 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3% 올랐다. 주목되는 것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도 미 대선 이후 24% 이상 뛰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와 구리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는 통상적으로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상대적으로 화폐가치가 낮아진 다른 국가에서 구리 가격이 올랐다고 느껴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구리를 사모으면서 이런 관계가 완전히 뒤집혔다. 달러로 거래되는 구리를 사놓는 방식으로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잉그리드 스턴비 블렌하임캐피털 수석 기초금속 애널리스트는 “중국 투자자들은 구리같이 달러로 거래되는 금속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두 달간 구리 거래량은 평소보다 65% 증가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거래하는 시간대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이 시간대 거래 비중은 지난 두 달 동안 전체 거래의 30%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까지 아시아 국가의 거래량은 전체의 10% 미만이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도 11월 하루 거래량이 평소의 두 배로 뛰었다. WSJ는 늘어난 거래의 상당수가 중국 투자자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리 가격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하워드 사이먼 로즈우드트레이딩 컨설턴트는 이달 구리 가격 변동성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규제 정책과 자본통제 여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