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보츠와나
보츠와나는 아직 낯선 나라다. 아프리카 끝자락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바로 위, 짐바브웨의 서쪽에 있다. 한반도 2.6배 크기의 넓은 땅에 약 200만명이 산다. 국명은 ‘츠와나족의 나라’라는 뜻. 12만여 마리의 코끼리 떼가 장관을 이루는 초베국립공원은 유럽인들의 사파리 관광지로 유명하다. 제주도 전체 면적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오카방고 습지대도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19세기에 금이 발견되면서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66년에 독립했다. 반세기 역사의 신생국이지만 아프리카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법치가 잘 이뤄지며 성장이 빠른 국가다.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민소득 1만6000달러, 국가신용등급 A2(상위 6등급)로 한국(4등급)을 바짝 쫓을 정도다. 독립 당시엔 1인당 국민소득 70달러의 최빈국이었다. 이후 다이아몬드 광산 발견과 구리 등 다른 자원들의 개발로 국가경제를 살려냈다.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세계 3위다. 땅이 넓고 지하자원이 풍부한데 인구는 적은 국가. 얼핏 ‘자원의 저주’에 걸릴 법하지만 이 나라는 달랐다. 자원에서 얻은 부를 독재정권이 좌지우지하는 후진국과 달리 시장경제를 중시하면서 인프라와 교육, 의료 분야 등에 투자했다. 헤리티지재단이 평가한 경제자유화지수가 36위로 우리나라(29위)에 육박한다. 이 덕분에 외국인 투자가 늘고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증가가 이어졌다.

개발도상국의 고질인 ‘부패병’에도 걸리지 않았다. 20여 년에 걸친 부패방지 노력 끝에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31위(2014년)의 모범국으로 성장했다. 우리(43위)보다 높은 수준이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보츠와나 여행에서 돌아온 뒤 거액을 투자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5년 먼저 독립한 시에라리온이 내전과 소위 ‘피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최빈국이 된 것과 대조적이다.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이런 차이를 ‘국가 시스템’에서 찾는다. 한 나라의 운명은 경제적 요인에 정치적 선택이 더해질 때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한과 북한, 보츠와나와 시에라리온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보츠와나는 2014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근거해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도 강력하게 규탄했다. 어제는 국방장관이 방한해 국방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달엔 GS건설이 5억6511만달러(약 6602억원) 규모의 보츠와나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까지 수주했으니, 이미 먼 나라가 아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