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패러다임 바뀌고 정치물·판타지 뜬다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제공, 콘텐츠와 관광·쇼핑 등을 결합한 ‘빅 텐트’ 전략,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규제령) 등에 맞서는 한류 패러다임의 대(大)변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2017 제1차 콘텐츠 정책포럼’을 열어 올해의 ‘10대 콘텐츠 트렌드’를 발표했다.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로는 ‘한류 패러다임의 전환’을 꼽았다. 윤호진 정책개발팀장은 “드라마와 K팝 중심에서 예능, 웹 콘텐츠 등으로 주요 수출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며 “일본과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미국 유럽 등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도 활발히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포럼은 지난해 콘텐츠산업을 결산하고 올해를 전망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콘텐츠 매출은 105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7% 늘어났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수입 규제로 한류를 가로막을 장벽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류 패러다임 바뀌고 정치물·판타지 뜬다
이에 맞서 한류의 대응도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윤 팀장은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제공이 새로운 수출 방안이 될 것”이라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와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처럼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가 활발히 소개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와 관광,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빅 텐트 전략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의 진화도 콘텐츠 유통 활성화를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단순 ‘서비스형 플랫폼’에서 나아가 ‘기술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웹툰도 해당 플랫폼을 통해선 비디오커머스 등 부가서비스와 연계돼 무빙툰, 더빙툰 등으로 변신할 수 있다.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 확대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면서 라이브형 콘텐츠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아이돌 등도 이 같은 ‘웹코노믹스(웹+이코노믹)’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인기 아이돌의 웹 콘텐츠를 캐릭터 상품, 의류 등 오프라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어서다.

올해 유행할 콘텐츠로는 어렵고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판타지물 등을 꼽았다. 윤 팀장은 “상실의 시대에 판타지 멜로와 정치물에서 큰 위안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실과 다른 동화 같은 이야기에 환호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현실을 직시하는 시사다큐와 정치영화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란 얘기다.

젠더 코드를 가미한 콘텐츠인 MSG(making sense of gender)도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브로맨스’ ‘걸크러시’와 같은 동성 간 우정을 담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성 역할을 넘나드는 ‘젠더스와프’ 등장, 가상현실(VR) 등을 접목한 뉴 콘텐츠의 발달도 기대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