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시시콜콜 '물가 국장' 못 잊었나…'일자리 국장' 만들겠다는 정부
정부는 18일 ‘일자리책임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든 부처’가 ‘일자리국장’을 지정하고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고용노동부 실장이 공동 주재하는 책임관 회의에서 일자리 정책을 발굴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 발표를 듣고 ‘모든 부처에 일자리책임관이 필요할까’란 의문이 생겼다.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부,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세금을 걷는 국세청에서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다.

이번 정책을 낸 부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최종 확정하진 않았지만 부(部), 위원회, 청(廳) 구분 없이 모든 기관이 일자리책임관을 지정하고 회의에 참석하도록 할 계획”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각자의 소관 산업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자리 창출 방안을 찾으라는 의미”라는 해설도 곁들였다.

일선 부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 경제부처의 국장은 “내가 만약 책임관으로 지정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것 같다”며 걱정부터 했다.

주무 부처가 아닌 타 부처 공무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정책의 수준도 의문이다. 중앙부처 국장마다 책임지고 챙겨야 할 고유의 정책이 있다. 일자리 현장과는 거리가 멀다. 일자리 국장이 책상에 앉아 떠올릴 일자리 창출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실적을 내기 위해 소관 산업 소속 기업인을 소집해 압력을 넣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일자리 창출은 중요하다. 정부의 노력도 이해한다. 하지만 일자리는 시장에서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을 쥐어짜고 독려해서 생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장을 왜곡해 실패한 정부의 정책은 부지기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배추국장’ 정책으로 유명한 이명박 정부의 ‘물가관리 책임실명제’가 대표적이다. 물가를 잡겠다고 대통령이 나서서 배추는 농림수산식품부 국장, 샴푸는 지식경제부 과장 식으로 담당자를 정해 가격을 관리하도록 했지만 결국 성과를 내진 못했다. 오히려 수급 상황만 더욱 꼬이게 했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부 정책은 역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황정수 경제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