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미슐랭 스타급 식당을 찾든지 패스트 푸드를 먹든지
작년 한 해는 인덱스 펀드(패시브 펀드)의 압승이었다. 코스피가 3.32% 상승했는데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공모주식형 펀드(액티브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23%로 벤치마크 대비 무려 6.5%포인트 뒤졌다. 작년 한 해뿐만 아니다. 3년 누적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3.66%, 5년은 -6.73%로 처져 비싼 수수료를 받기 민망하게 됐다. 굳이 변명하자면 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등락이 지수를 왜곡시킨 탓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결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상위권 일부를 제외한 펀드들은 존립이 어렵다.

삼척동자라도 벤치마크보다 한참 못한 공모주식형 펀드에 연 2% 안팎의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모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지난 10년 이래 최저치인 33조원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 수준으로 펀드 생태계가(?) 위협받을 정도다. 여기에 대형 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각종 패시브 펀드와 부동산 펀드 등 대체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전문사모펀드 회사들의 진출로 공모주식형 펀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주요 시장도 엇비슷하다. 조만간 인덱스 펀드 규모가 공모주식형 펀드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들 나라에서도 지난 10년, 20년 구간에서 주식형펀드의 85%가 인덱스 수익률보다 못하다. 그래서 가치투자가의 대가인 워런 버핏도 일반투자가들은 수수료가 싸면서도 효율적인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비유하자면 미슐랭 등급을 못 받는 보통의 식당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사 먹느니, 차라리 패스트푸드를 사 먹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는 얘기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에 건강상 문제가 있듯이 효율적이고 가성비 좋은 인덱스 펀드에도 약점은 있다. 첫째, 인덱스가 상승하지 않는 구간에서는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증시는 2007년 10월 이후 거의 9년 가까이 지수가 상승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구간에 인덱스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또 섹터 펀드인 ETF는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어 개별주식매매나 다를 바 없고 여기에 특히 한국에서 인기 있는 두세 배 레버리지 ETF는 완전 투기상품이다. 비교적 안전하고 편리한 인덱스 펀드의 취지가 무색하다.

둘째, ETF는 특정 업종이나 그룹을 선정해 상품을 만든다. 종목선택이나 다를 바 없다. 결국 액티브 펀드와 똑같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실력이 펀드 수익을 좌우한다. 최근 ETF플러스 알파인 상품들도 속속 출현하는데 이런 응용 펀드는 액티브 펀드와 같다.

셋째, 인덱스 펀드는 후행적 투자다. 시장 지수가 움직이고 나서 종목을 사기 때문에 때로는 추적오차(tracking error)가 발생한다. 한편 인덱스 펀드는 굳이 기업분석을 하지 않아도 되고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도 없다. 인덱스 펀드가 커질수록 편입대상 종목의 비중도 높아지는데 주주권을 통한 경영 개선 노력과는 무관하다. 기관투자가의 사회적책임이 문제되는 지점이다.

반대로 액티브 펀드는 운용역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이 중에서 식당으로 말하자면 미슐랭 등급에 들어갈 정도의 우수한 펀드는 극히 일부다. 물론 미슐랭 등급에 들어가지 않아도 동네에 꽤 괜찮은 맛집들이 있다. 그러나 찾기가 힘들다. 일일이 테스트해봐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패스트푸드로 낙착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그저 그런 자영업자들의 수난 시대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갈수록 격변하는 시장이다. 어제의 히트 펀드가 내일이면 원망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비싼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미슐랭 등급의 확실한 펀드를 고르든지, 아니면 효율적이며 값싼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든지 선택해야 할 시대다. 중간은 없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