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인을 노린 잔혹 범죄가 계속되면서 경찰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18일 “필리핀 현지에 코리안데스크가 활동하고 있지만 수사권, 체포권이 현지 경찰에 있는 만큼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5년 전부터 현지에 한인 사건 처리를 담당하는 코리안데스크를 마닐라, 앙헬레스, 카비테, 세부, 바기오 등에 두고 경찰관 6명을 파견하고 있다.

한인 대상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피랍돼 살해된 한국인 사업가 지모씨(53) 사건은 현지 전·현직 경찰관까지 연루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필리핀 포락시에서 박모씨(37)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되기도 했다. 작년 한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살사건은 7건으로, 사망자는 9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해외에서 피살된 한국인(19명)의 절반에 달한다.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2년 6명에서 2013년 12명으로 급증했고, 2014년 10명, 2015년 11명에 달했다.

필리핀에선 불법 총기가 난무하고 청부 살인이 빈번하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로 인식되는 한국 교민들이 줄곧 범죄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도 범죄는 2013년 13건, 2014년 17건, 2015년 19건으로 늘고 있다. 경찰청 외사수사과 관계자는 “한국 돈으로 200만원 정도면 살인을 청부할 수 있다”며 “현지 불법 총기가 150만정 정도 풀려 있는 데다 현지 경찰 치안력도 떨어져 범죄가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찰관을 현지에 파견하기도 쉽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필리핀과 협력 관계에 있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경찰관을 추가로 파견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필리핀 법 체계가 국내와 달라 코리안데스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에는 긴급체포제도 자체가 없다”며 “피의자를 찾아내도 영장 발부를 몇 달씩 기다리다가 놓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관이 연루된 지씨 살해 사건 이후 현지 경찰청에 설치된 특별팀에는 코리안데스크 담당관이 포함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현재 필리핀 대부분 지역에 ‘여행자제’ 경보를 발령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일대는 테러단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여행금지’ 경보가 내려져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카지노에서 고액의 돈을 빌리거나 현지인들과 원한을 살만한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김동현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