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적극 추진한다. 사교·의례, 부조 목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금품 범위를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에서 상향 조정하거나 국산 농수산물 등 일부 품목에 한해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당정은 17일 국회에서 민생물가점검회의를 열어 김영란법이 농어민과 유통업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해 농어민의 어려움을 해소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며 “정부는 개정 작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특히 농축산 농가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도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 방향과 관련,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3만·5만·10만원 한도를 상향 조정하거나 한우 굴비 등 국산 농수산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예외로 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3만·5만·10만원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49.6%로 반대(40.3%)보다 더 많았다.

정부는 16일 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담당자가 참석한 회의를 여는 등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실무 논의에 들어갔다.

야당도 경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농수축산업 등 관련 산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현실적으로 이번 설 명절 전에 시행령을 개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제수용품 등 설 물가 안정을 위해 농수축산물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계란은 농협 비축 물량 600만개,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출하 제한 물량 중 문제가 없는 2000만개, 생산자단체 자율 비축 물량 1000만개 등 3600만개를 설 연휴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수입 촉진을 위해 계란 수입 지원비를 50% 늘리고 할당 관세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수입 상대국도 미국 등 5개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배추는 하루 260t에서 500t, 무는 201t에서 405t으로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다.

유승호/은정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