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용인시의 기적…2년 반 만에 '채무 제로'
2013년 무리한 경전철 개통으로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경기 용인시가 ‘채무 제로(zero)’ 시대를 열었다. 2014년만 해도 용인시의 채무는 7848억원으로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았다. 이 빚을 털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년6개월이다.

정찬민 용인시장(사진)은 17일 “2014년 7월 민선 6기 시장 취임 당시 지방채 4550억원, 용인도시공사 금융채무 3298억원 등 8000억원에 육박하던 채무를 지난달 말 모두 상환했다”며 ‘채무 제로’를 선언했다. 정 시장은 “이자 363억원을 포함하면 실제 상환액은 8211억원”이라며 “예정보다 2년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빚더미' 용인시의 기적…2년 반 만에 '채무 제로'
용인시가 빚을 모두 갚으면서 2014년 7월 기준 1인당 86만원이던 용인시민의 채무 부담도 사라졌다. 연간 예산 1조원대 도시가 불과 2년여 만에 8000억원대의 빚을 털어낸 비결은 뭘까. 용인시 안팎에서는 뼈를 깎는 긴축재정과 구조조정, 정 시장의 발로 뛰는 세일즈 행정을 꼽는다.

용인시 공무원들이 첫손에 꼽은 비결은 긴축재정, 이른바 ‘정찬민식(式) 허리띠 졸라매기’다.

정 시장은 취임과 함께 경상비를 줄이기 위해 5급 이상 공무원의 기본급 인상분을 자진 반납하도록 했다. 전 직원의 맞춤형 복지포인트를 50% 삭감했다. 업무추진비, 연가보상비 등도 최대 절반을 깎았다. 사무용 집기는 중고로 구입하고, 직원 해외문화체험도 확 줄였다.

시 관계자는 “처음엔 불만이 많았지만 시가 파산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렇게 빠른 시간에 좋은 결과를 낸 것을 보니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 마련한 금액은 104억원이었다. 전체 채무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지만 한마음이 된 조직은 사업 구조조정과 정 시장의 세일즈 행정에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정 시장은 이미 계획된 사업의 중복 여부와 시급성부터 따졌다.

대표 사례가 시민체육공원이다. 용인 삼가동에 ‘제75호 근린공원’이 계획돼 있는데도 도로 하나 건너편에 시민체육공원을 조성하려는 기존 계획을 보류했다. 이 결정으로만 토지보상비 1500억원, 공사비 300억원 등 1800억원을 아꼈다.

채무 상환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토지 매각으로 충당했다. 정 시장은 5500억원에 달하는 역북 택지개발지구 토지 매각을 위해 홍보 팸플릿을 들고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사 50여곳을 찾아다니며 영업에 나서 ‘완판’(완전판매)에 성공했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용인시는 올해 교육·복지·도시정비 등 시민밀착형 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급여 일부를 반납하며 희생에 동참한 직원들의 처우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원상회복할 예정이다. 정 시장은 “채무 제로를 달성했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좋아지지는 않는다”며 “조였던 허리띠를 갑자기 풀면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윤상연 기자/백승현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