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기 대통령선거가 가시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정치권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연일 ‘친문패권’ 청산을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타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다.

친문패권의 기원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폐족 위기’에 몰린 친노(친노무현) 그룹이 2011년 ‘혁신과 통합’을 깃발로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을 접수하고 2012년 19대 총선 때 전략공천을 통해 대거 국회에 진입했다. 이들은 지난 대선 때 문 전 대표를 밀었다. 핵심 지지자들이 이념적 정체성을 앞세워 편 가르기와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최근 개헌문건 파동에서 나타난 반문(반문재인) 대선주자들에 대한 ‘항의 문자폭탄’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내 친문 성향 의원은 과거 친노계와 문 전 대표가 지난해 총선에서 영입한 인사 등을 포함해 40여명으로 파악된다. 민주당 소속 의원 121명의 30% 정도다.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정부 및 2012년 문 전 대표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이 모두 친문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경수 의원은 “당내 열성 지지자들이 다른 대선주자와 비주류에 필요 이상의 공격성을 띠는 등 오해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친문패권 운운은 다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주류 측 인사는 “범친문과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에 일시적으로 참여한 인사를 포함하면 당내 친문 숫자는 절반 가까이 될 것”이라며 “과거 정세균 손학규계 의원들이 주요 당직을 맡으면서 친문으로 전향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 한 중진 의원도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친문계 인사가 당 지도부를 싹쓸이함으로써 친문패권의 폐해는 예고됐다”며 “친노에 뿌리를 둔 친문 세력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감안할 때 집권에 성공해도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개혁을 이뤄낼지에 대한 당내 우려가 많다”고 했다.

당내 비주류들은 친문 세력 견제에 나섰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중심으로 ‘제3지대 연대론’이 흘러나오는 등 ‘반문 연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잠복한 당내 친문과 비문 간 계파갈등은 향후 대선후보 경선 흥행은 물론 소속 의원의 연쇄 탈당 등 당의 원심력을 키울 최대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일부 대선후보도 개헌과 야권 연대 등 논의를 배제한 채 조기 경선을 밀어붙이는 당 지도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추 대표는 설 연휴 전까지 ‘경선룰’을 확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대선후보 간 사전 논의도 없이 당 지도부가 경선룰 개정을 서두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특정 후보를 편드는 것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