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빈스키의 숨겨진 명곡 기대하세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겪은 여러 일에 대해선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얽매이지 않고 서울시향을 안정화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마르쿠스 슈텐츠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52·사진)는 1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시향과 2015년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했을 때 뛰어난 역량과 화합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섹션별로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수석객원지휘자 제도는 정명훈 전 상임지휘자 퇴임 이후 서울시향의 불안정한 지휘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독일 출신인 슈텐츠와 스위스 출신 티에리 피셔(60)가 지난해 9월 수석객원지휘자로 선임됐다. 임기는 2019년 2월까지다. 올해 안에 선정할 예정인 차기 상임지휘자가 정식 부임할 때까지 연주 기량을 유지,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이후에도 함께 지휘를 돕는다.

슈텐츠는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 12년간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슈텐츠는 오는 20~2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수석객원지휘자 데뷔 무대를 연다. ‘낭만주의 시대의 혁명가들’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분실된 지 100여 년만에 발견된 스트라빈스키의 관현악 작품 ‘장송적 노래’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연주한다. 스트라빈스키가 1908년 작곡한 이 작품은 1909년 1월 러시아에서 한 차례 연주된 뒤 러시아혁명 격동기에 사라졌다가 201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림스키코르사코프 음악원 서고에서 극적으로 발견됐다. 슈텐츠는 “이 곡의 아시아 초연이 이뤄지는 것 자체가 서울시향이 얼마나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독일 낭만주의 음악 특유의 짙은 서정성을 느낄 수 있는 슈만의 ‘교향곡 2번’도 들려준다. 그는 “슈만의 자유로운 생각이 담긴 곡”이라며 “음악의 다양한 색채와 명암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만에 내한하는 헝가리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와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1번’도 협연한다. 1만~9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