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선거관리위원회 옆 얕은 언덕인 우암동 129의 41은 무단점유가 금지된 국유지다. 빽빽한 수풀에 둘러싸여 있어 동네 주민들도 잘 안 가는 곳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국유지 감시엔 드론"…기재부, 30대 더 띄운다
국유지 실태조사 인력도 수풀을 헤치고 안에 들어갈 엄두를 못 냈다. 정면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다 보니 내부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실체가 드러난 건 작년 7월.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빌린 드론(무인항공기)을 띄워 항공 사진을 찍어 보니 언덕 안쪽에 밭이 있었다. 정부는 국유지를 무단 사용한 주민을 찾아내 변상금을 부과했다.

240명이 할 일 드론 3대가 해결

기재부와 캠코는 지난해 11월 드론 2대를 더 빌렸다. 총 3대(드론 조종인력 6명)를 한 달간 경남 8개 시·군 국유지(83.4㎢·4만4076필지) 예비조사에 투입했다. 드러난 무단점유지는 조사 면적의 약 10%에 달했다. 경남 함안군 낙동강 하천구역에 버젓이 들어선 주택 등 무단점유 형태도 다양했다.

캠코 관계자는 “평소 같았으면 인력 240명이 한 달 동안 조사해야 낼 수 있는 성과”라며 “드론 덕분에 생산성이 약 40배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드론 활약상에 고무된 기재부와 캠코는 다음달 24억원을 들여 드론 30대를 구입하고 사상 첫 국유 행정재산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3년에 걸쳐 전국 행정재산 453만필지 중 방치 상태로 분석된 233만필지의 무단점유, 목적 외 사용 등을 전수조사한다. 드론이 없었다면 최소 400명 이상의 인력과 연 125억원의 예산이 필요해 엄두를 못 냈을 사업이다. 위성백 기재부 국고국장은 “드론 조사는 인력 조사 대비 약 285억원의 비용과 인력 350명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서·산간에 드론 띄워 우편배달

드론을 정책에 활용하는 행정기관은 기재부·캠코 말고도 많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작년 7700만원짜리 드론 한 대를 구입해 소나무재선충 감염지역 촬영에 활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4300만원을 주고 드론 한 대를 얻어 채소별 주산지의 작황정보 수집, 병해충 방제 등에 쓰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한 해안가 관측도 드론 몫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작년 8000만원을 들여 고성능 드론을 마련한 뒤 연안지역 무인 관측에 투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드론은 약 120~150m 상공에서 2000만 화소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항공기를 띄우는 것보다 비용이 싸고 사진이 선명하다”고 했다.

올해부턴 외딴섬이나 산간지역 우편배달에도 드론이 투입된다.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전남 고흥, 강원 영월 등 교통이 불편한 도서·산간지역에 드론을 활용한 우편배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드론의 야간비행 등이 가능하도록 특별운항허가제도 도입된다.

국산 활성화 시급

정부는 공공부문 드론 활용을 장려해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드론산업 발전을 측면 지원할 계획이다. 조달청과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실종자 수색(경찰청), 군사용 무인비행(국방부), 항로표지 유지관리(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 드론 관련 3개 공공혁신조달 과제를 선정했다. 국내 드론 제조 중소기업을 지원해 산업을 일으키고 정책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중국 DJI 등 해외 업체가 국내 시장의 70%를 가져가고 있어 ‘국산화’가 시급하다”며 “안보와 직결된 군사용 드론 등을 중국 기업에 맡길 순 없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