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영화 성공한 우리은행, 글로벌 도약 나래편다
예금보험공사는 네 번의 실패를 딛고 다섯 번 도전한 끝에 성공한 4전5기의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과점주주 방식으로 성공리에 마무리한 우리은행 민영화가 그것이다. 2010년 이후 네 차례 경영권 매각 추진에도 불구하고 유효수요 부족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던 우리은행 주인 찾기는 2016년에야 비로소 다섯 번째 만에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통해 성공했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주주별로 지분을 4~8%까지 분산매각해 투자자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사외이사 추천 기회를 부여해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토록 한 획기적 방식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방식이 유례가 없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지만 시장참여자와의 지속적 소통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정교한 논의를 바탕으로 정부와 예금보험공사가 확고한 민영화 의지를 갖고 추진함으로써 공적자금 투입 이후 16년 만에 성공적으로 민영화를 이루게 됐다.

이번 우리은행 매각 성공은 민영화라는 상징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해 국민 부담을 완화했다. 또 우리은행이 명실상부한 민간 은행으로 전환됨에 따라 경영 효율성 증대와 함께 은행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시장 각 분야에서 우수한 경영능력 등을 갖춘 과점주주군을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든든한 토양도 마련했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몇 가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국내외 유수한 은행들의 과점주주 지배구조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것인데 매각이 성사됐다고 곧바로 다양한 이해를 가진 과점주주 체제가 잘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둘째, 예보가 21.4%의 잔여지분을 가진 최대 단일 주주라는 점에서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예보가 잔여지분을 언제, 어떻게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과점주주 지배구조가 원활히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점주주들이 우리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우리은행 일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은행은 이사회 주도하에 후임 행장을 뽑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와 예보는 은행장 후보를 정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 21.4% 매각은 과점주주의 기대이익을 충분히 감안해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할 것이다. 아울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장기 보유 성향의 국내외 우량투자자 발굴도 적극 고려할 것이다.

우리은행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과점주주 지배구조 정착 및 명실상부한 선도은행으로의 도약이라는 또 한 번의 꿈을 실현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118년 역사의 순수 토종은행인 우리은행이 정부 소유의 은행에서 민간의 품으로 돌아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은행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를 위해 정부와 예보도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노력할 것이다.

곽범국 < 예금보험공사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