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재·부품 수출이 지난해 5% 가까이 감소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가공무역 제한정책을 확대한 영향이 컸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빌미로 가공무역 제한품목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으로 늘리면 3년 만의 수출 플러스 전환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가공무역 제한에…소재·부품 수출 '빨간불'
◆수출액 절반이 중국에서 감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소재·부품 수출이 2519억달러로 전년 대비 4.8% 줄었다고 16일 발표했다. 2013년 3.8%, 2014년 4.5%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소재·부품 수출은 2015년 -4.1%로 고꾸라진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했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소재·부품 비중은 50.8%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플라스틱 섬유 등 한국의 대표적 수출품목이 소재·부품 분야에 속한다. 특히 지난해 대(對)중국 소재·부품 수출은 827억달러로 2015년(935억달러)에 비해 108억달러가 줄어 감소폭이 11.5%에 달했다. 지난해 소재·부품 총 수출액이 127억달러 감소했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중국 수출액에서 준 것이다.

◆중국, 가공무역 금지품목 확대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의 가공무역 제한정책이 소재·부품 수출 감소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가공무역이란 외국에서 소재 부품 원재료 등을 수입해 가공 또는 조립한 뒤 완제품을 재수출하는 무역방식을 말한다.

중국은 1980~1990년대 정부 차원에서 가공무역을 장려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낮고 인건비는 쌌기 때문에 가공무역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다 1999년에 처음으로 가공무역 관련 제품을 ‘허용’ ‘제한’ ‘금지’ 등 세 가지로 분류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단순 가공무역보다는 내수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기 위한 조치였다.

중국 정부는 2004년 341개의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지정했다. 2014년 가공무역정책 개정안에 들어간 금지품목은 10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난 1871개가 됐다. 비료, 중고기계 등 단순한 제품에 국한됐던 금지품목은 그사이 철강제품 화공품 희토류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수출품목 다변화해야

하지만 한국 기업의 중국 수출은 여전히 중간재 위주로 이뤄진다. 중국 수출에서 가공무역 비중은 2013년 47.6%, 2014년 51.9%, 2015년 49.6%로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이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한국의 주력 수출품까지 확대하면 대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반도체 D램을 가공무역 제한품목으로 지정하면 한국 수출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이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지만 그곳에서 모든 부품을 생산하지 않고 핵심부품은 한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마찰에 대비해 소비재 등 완성품 위주로 수출품목을 다변화하고 중국에 대한 인프라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