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돈 받은 최순실 조사도 안해…법조계 "구속 사유 불충분"
"뇌물공여죄 성립하려면 최순실·박근혜 '한 주머니' 입증해야
직접적 증거 있는지 의문"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에 뇌물공여, 횡령, 위증을 혐의로 적시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직접적 증거가 없어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정유라 씨 승마 지원 등을 이 부회장이 알았거나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려면 ‘최순실 씨 지원=박근혜 대통령 지원’이라는 사실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두 사람이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이익공유에 대해 상당부분 입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는 “박 대통령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도 “두 사람의 관계가 이익공유 관계라는 말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부모 자식 사이도 아니고 형제도 아닌데 이익공동체라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검찰로부터 세 차례나 압수수색을 받은 데다 이 부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이고 이미 출국금지돼 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역시 구속 사유가 안 된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법원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원이 1750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도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큰 상황에서 수사협조가 잘 되는 대기업 회장을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검찰과 특검 수사에도 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인신구속은 최소화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돈을 받은 최씨나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은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돈 준 사람만 먼저 사법처리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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