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형사소송법(제70조)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위해선 범죄 사실이 ‘소명’돼야 한다.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어야 한다.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에 뇌물공여, 횡령, 위증을 혐의로 적시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직접적 증거가 없어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정유라 씨 승마 지원 등을 이 부회장이 알았거나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려면 ‘최순실 씨 지원=박근혜 대통령 지원’이라는 사실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두 사람이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이익공유에 대해 상당부분 입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는 “박 대통령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도 “두 사람의 관계가 이익공유 관계라는 말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부모 자식 사이도 아니고 형제도 아닌데 이익공동체라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검찰로부터 세 차례나 압수수색을 받은 데다 이 부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이고 이미 출국금지돼 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역시 구속 사유가 안 된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법원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원이 1750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도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큰 상황에서 수사협조가 잘 되는 대기업 회장을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검찰과 특검 수사에도 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인신구속은 최소화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돈을 받은 최씨나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은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돈 준 사람만 먼저 사법처리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