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는 치킨집 커피숍 같은 자영 사업자들의 은행대출이 힘들어진다고 한다.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자 금융위원회가 규제의 칼을 뽑아든 것이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500조원에 달한다는 자영업자 대출도 예사로 볼 일은 물론 아니다. 경기가 둔화되거나 금리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출처 선정과 관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해야 할 경영판단이고,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영업계획으로 봐야 한다.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대출 관리방안’이라며 정색을 하고 다룰 사안은 아니다.

은행이 대출할 때 어떤 곳에 치킨집을 내는지, 해당 지역에 치킨집은 몇 개나 있는지 살펴본 뒤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새 여신심사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매년 대출금의 30분의 1을 의무적으로 갚게 한다고 돼 있다. 정부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감독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금융위는 더구나 은행 지주회사도 아니다. 리스크관리가 본업인 은행들을 향해 언제까지 ‘치킨집은 안 된다’ ‘부동산임대업엔 회수하라’며 시시콜콜 개입하고 간섭할 것인가. 이는 국회의 규제 입법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경영개입이요 관치금융이다. 은행들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감독정책에 끌어들인 탁상의 공론인 것이다. 금융당국의 은행 경영간섭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합병 같은 큰 전략은 말할 나위도 없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5억원 이상 임원보수 공개’ 등 간섭과 규제 행정이 지나치다.

금융위 스스로가 약속한 규제 개혁 의지는 다 어디갔나.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행정지도, 모범규준, 가이드라인 등을 다 없애겠다고 발표한 게 불과 1년 반 전이다. 노파심을 자제하는 것이 금융개혁의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