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5092억원. 코스피지수가 1960선까지 하락한 지난해 11월21일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다. 같은 기간 기관은 1조1111억원, 개인은 1조772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연말부터 올초까지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려온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지수 추종(패시브)’에서 ‘개별 종목 투자(액티브)’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을 ‘통째로’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매보다 종목에 투자하는 비(非)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
지수추종서 종목투자로…입맛 달라진 외국인
◆비프로그램 왜 늘어났나

1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62포인트(0.61%) 떨어진 2064.17에 마감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400억원, 1847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은 2393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날 외국인은 전 거래일에 이어 매도세를 이어갔지만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한 지난해 11월21일(1966.05) 이후 단 9거래일을 제외한 나머지 거래일은 모두 순매수에 나섰다.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 순매수 자금에서 비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1일 이후 비프로그램 자금(지난 13일 기준)은 2조8863억원. 전체의 77% 수준에 달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투자자가 매도·매수 주문을 내면 사전에 정해놓은 전산 시스템에 따라 기계적으로 코스피200 구성 종목을 묶어서(바스켓) 사고파는 것을 일컫는다. 외국인은 환차익과 자산배분 차원에서 주로 프로그램 매매를 활용해왔다. 투자자가 개별 종목을 직접 선택하고 투자하는 성격의 비프로그램 매매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지난해 외국인 비프로그램 자금은 꾸준히 순매도세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16일을 기점으로 순매수세로 돌아서면서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는 외국인이 지수 투자에서 종목 투자로 선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배경에는 국내 증시 전반뿐 아니라 종목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며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종목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럽계 헤지펀드 들어오나

올들어 외국인이 많이 투자한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주에 속한다. 다만 시가총액 순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종목 선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순매수 1위는 시가총액 9위인 포스코다. 144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어 △LG화학(14위, 1265억원) △현대차(3위, 1058억원) △SK텔레콤(15위, 1016억원) △TIGER200ETF(-, 872억원) △LG디스플레이(24위, 725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주가순자산배율(PBR)이 저평가된 종목들이다. 지수 투자를 할 경우 기계적으로 담는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순매수 목록에 들지 못했다.

환율 역시 외국인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오름세를 보이다 최근 117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전통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매도하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럽계 헤지펀드에서 많이 유입됐다. 이들 유럽계 펀드는 미국계와 달리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는 전언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