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수십억 지원…돈의 성격·박 대통령 '압박' 등 쟁점
'이재용 개입' 입증돼야…삼성 "대가성 없고 청탁도 없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비선 실세' 최순실 측에 대해 거액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공을 넘겨받은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 측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이 없고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 건넨 돈의 성격을 우선해서 살펴볼 전망이다.

최씨 측으로 흘러간 돈의 성격이 뇌물인지,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돈인지에 따라 삼성과 이 부회장의 법적인 지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 측 유령 회사인 독일의 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의 후신)에 건넨 35억원의 컨설팅 비용이나 삼성전자 명의로 구입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명마 비타나V 등을 '뇌물'로 보고 있다.

형법은 뇌물을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받은' 금품이라고 규정한다.

삼성이 최씨 측에 지원한 자금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뒷돈이고,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지원을 결정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법원 영장심사에서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었던 합병을 목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민원을 넣으려고 최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이 소명돼야 한다.

반면 최씨가 대통령을 통해 삼성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압력을 행사해 돈을 받아냈다고 인정될 경우 삼성은 '강요·공갈' 행위의 '피해자' 측면이 부각된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박 대통령의 협박과 강요·공갈에 가까운 요구 때문에 최씨 측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지원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삼성은 영장심사에서도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을 '압박과 강요에 의한 것'으로 주장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최씨 등을 구속기소하며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으로 보고 강요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은 공소장에 '피해자'로 명시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재단 출연금과 별도로 이뤄진 비덱스포츠 지원과 관련돼 있어 기본 전제나 사실관계가 다르지만, 어쨌건 특검팀과 삼성 측은 '강요·압박' 내지 '강제 지원' 프레임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류는 특검팀이 영장을 청구한 직후 삼성이 발표한 입장 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삼성은 "대가를 바라고 (비덱스포츠를) 지원한 일이 결코 없다"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고 밝혀 영장심사에서 대공방을 예고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비덱스포츠 지원을 사전에 알고 적극적으로 지시하거나 적어도 묵인한 사실을 특검팀이 입증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실무진이 스포츠 인재 육성 필요성 등을 검토해 결정했을 뿐 이 부회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비덱스포츠 지원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동안 최씨의 존재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도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이 안종범 전 수석의 재판에서 공개한 조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이 처리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은 모른다"며 기금 출연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증언과 달리 합병을 위해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위증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도 적용했지만, 이 부분도 영장심사에서 사실관계를 둘러싼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