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개편 등 공회전…해외 M&A·신사업 줄줄이 차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그룹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초유의 리더십 공백 상황을 맞으면서 대외 신인도까지 하락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은 인사와 조직개편을 연기하고 올해 경영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사실상 '진공상태'다.

통상 12월 1일에 사장단 인사를 하고 이후 후속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정비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일정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연쇄작용으로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고 장기적인 투자, 신성장동력 마련 방안 등에도 공백이 예상된다.

애초 올해 6월 이전까지 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이 역시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회사 전환은 물론, 지난달 최순실 청문회 국정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밝혔던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작업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 관계자는 "아무것도 예견할 수 없다"며 "사장단 인사, 그룹 개편 등의 이슈를 입에 올리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내부의 문제로 그치지는 않는다.

해외 언론과 투자자들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삼성의 향후 글로벌 사업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미국 전장 기업 하만(HARMAN) 인수 계획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삼성이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함을 알리는 동시에 그룹의 신성장사업 창출 면에서 이 부회장의 '승부수'로 주목받았다.

인수금액은 80억달러(9조6천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인 하만 대주주가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최근 일부 부부들이 하만 이사진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다.

아직은 소수의 의견이고 삼성과 하만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다른 주주들까지 합병 효과에 의심을 품는다면 합병까지 가는 길이 험난해질 수 있다.

오너가 '뇌물 혐의'로 수감 중인 기업이 치열한 경쟁 무대에서 순항할 것으로 믿는 이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적용, 뇌물이나 회계 부정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 외에 다른 나라에서 뇌물을 주더라도 미국 내 사업이 제한되고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아직 미국 FCPA 처벌 사례가 없었지만, 이 부회장이 이대로 구속되고 최종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그 첫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영국,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 강도 높은 부패방지법을 적용하고 있어 글로벌 사업에 제한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