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가 뛴다고 아우성이다. 계란 등 농축수산물, 라면 등 먹거리 공산품, 일부 공공요금, 휘발유값 등 일제히 오른다는 보도 일색이다. ‘물가대란, 폭등, 미친 물가’ 또는 ‘먹는 것 다 뛴다’ 등 자극적 헤드라인을 흔히 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염려하던 것이 무색하다. 물가가 비상이라는데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고작 1% 상승이니 물가통계에 대한 불신도 커진다. 물가 통계가 문제인가, 물가 보도가 문제인가.

누구나 물가에 민감하다. 미디어는 물가 변동을 중요한 이슈로 다룬다. 하지만 물가 보도를 접할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흔히 빠지기 쉬운 게 가용성 편향이다. 소비자는 최근 뉴스만 기억한다. 그래서 몇 개 민감한 품목이 오르면 전체 물가가 뛰는 것처럼 인식하기 쉽다. 물가통계는 소비자의 평균 소비지출액을 고려한 품목별 가중치로 매겨진다. 반면 소비자는 오른 품목의 상승률만 기억하는 편향성이 있다. 그러니 지난해 배추(69.6%) 무(48.4%) 마늘(32.2%) 게(27.1%) 등이 뛰었는데도 물가상승률이 고작 1%냐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언론은 물가가 오를 때 대서특필해도 내릴 때는 보도하지 않는다. 비극적이고 쇼킹한 뉴스를 선호하는 속성이다. 배추 무보다 훨씬 지출액이 큰 쌀(-10.3%) 휘발유(-7.0%) 도시가스(-2.1%) 등이 내린 것은 외면하거나 무시한다. 그 결과 ‘물가는 늘 오르기만 한다’는 통념이 화석처럼 굳어졌다. 게다가 ‘최고 O배 폭등’ 식의 자극적인 보도로 한두 품목의 예외적 사례를 전체 현상인 양 부풀릴 때도 많다.

통계 산출 방식도 오해를 유발할 여지가 있다. 예컨대 전체 100채의 집이 있다면 이 중 10채가 10% 오른 가격에 매매됐을 경우 집값은 1% 상승으로 발표된다. 사교육비 통계도 초·중·고교생 자녀가 없는 가구까지 모두 합산해 산출하니 지출하는 가구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이 나오는 것이다. 통계와 현실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잘못된 통계나 편향된 해석에서는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없다.